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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서 꽃형님 Sep 27. 2021

결국 패션은, 취향의 탐색과 탐닉

by 꽃형님

사회에서 만났지만, 찐 '선배'로 애정하는 멋진 분과 손발을 더 맞춰보고 싶었고, 각자의 패션 관련 경험에 대해 썰풀어보자 브런치를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기획 단계부터 모든 목차를 뽑고 시작했으나, 마지막 챕터만은 유종의 미를 전달할 어떠한 토픽이 추후 생각나지 않을까 싶어 방치해두었다. 


'윤며들다'로 시작해 '나만의 아우라'로 마감한 선배의 글에, 나는 '취향'와 '탐닉'을 더하고 싶다.




전공 교육 봉사의 일환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자주 방문하는데, 고등학생 패션 오디션 '고간지', 넷플릭스 패션 서바이벌 우승자 '김민주', 꾸꾸와 꾸안꾸로 등장한 마포 멋쟁이 '송민호'와 '피오', 고민 맞춤형 옷가게 사장님 '배정남'의 '기쁨라사', 투머치 패션의 '전현무', 시니어 모델 '김칠두', 패셔니스트 유튜버 '밀라논나'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사례로 보여준다. 꼭같은 교복 혹은 체육복을 입고 단체 생활을 하는, 아직은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고 있을 눈이 반짝반짝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패션을 전공으로 선택하지 않아도 진심 즐기길 바란다고 얘기해주고 있다.


그래. 그랬지. 참으로 일이었지... 


"지금 트렌드 뭐지, 신박한 디자인 어떻게 뽑지, 이번 시즌 베스트 아이템 뭘까, 악성 재고 어떻게 정리하지, 고객 불만 사항 어쩌나, 무슨 행사 잡아야 시선을 끌까, 매출은 잘 나오려나... 그래서 결국 내 연봉이 오르려면 뭘 더 해야하나..."


요즘이라면...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겠지.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한창인데, 생산성을 높이려면 어떤 부분을 혁신해야 하나, 우수 사례나 가이드가 있기는 한가, IT 파트와 협업이 더 필요할까, 언택트 시장의 이익에 동참하면서도, 오프라인 매장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친환경 생산 공정의 단가를 우리 브랜드가 감당할 수 있으려나, ESG 경영 현장에 적용하면 단기/장기 이득/손실 무얼까..." 


업계를 읽으며 담론을 발견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금의 연구/교육 업무도 딱히 다르지 않지. 패션하면서도, 패션하는 기쁨은 자주 망각하는.



그에 비해, 패션 전공자를 아내로 둔 기계 전공자 나의 짝궁은, 결혼 전후의 패션 라이프 스타일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는거. 


어떤 패션 브랜드가 있는지에 대한 지식이 제로에 가깝던 사람이, 이젠 브랜드가 세일을 언제 하는지 알고 그에 맞춰 쇼핑을 다니게 되었단 놀라운 변화. 물론 알뜰한 그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는 않지만. 브랜드 멤버스 데이에 맞춰 홈피를 들여다보고, 아크릴100%는 까실해서 왠간하면 사지 않고, 울/캐쉬미어는 세탁기에 돌리지 않으며, 여름엔 시원한 시어서커를 무지하게 사랑하는, 비오는 날 리얼 레더 신발은 신지 않고, 드라이빙 슈즈를 신는 날엔 덧신 양말에 바지단을 살짝 접어입는, 가죽 라이더 자켓을 시도하고, 양털 집업을 유행 초기에 덜컥 사오고, 타이 다이 티셔츠를 예쁘다 하는... 


일상에서 패션하는 그대, 부럽다야.



그래, 패션은

즐겁고 재밌는 어떤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뜨자마자 아니 어쩌면 몇일 전부터 나의 루틴, 혹은 치장, 혹은 가면, 혹은 무기로써 옷을 준비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일상 가까이에서 내 몸에 닿아 매일 발생하는 어떤 것, 의식주 중 하나, 그렇기에 패션의 진입장벽은 낮아야 하고, 전공자 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어떤 것이면 참 좋겠다. 


패션이... 마음껏 고집부릴 수 있는 나만의 스타일이다가, 때때로 편안하고 무심하게 나를 감싸는 것이다가, 또 어느날은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한 규범이기도 하다가, 가끔 수틀리면 숨겨놓은 본능을 마구 표출하는 수단이기도,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면 롤모델 혹은 경쟁자를 따라하기도, 그래서 이외로 낯설고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거나, 혹은 무지하게 안맞는 자신을 재확인하기도, 특별한 날에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혹은 위로이기도... 


그렇게...  나를, 그리고 타인을, 관찰하고 발견하고 이해하고 조정하는... 탐색 과정을 거쳐... 찾아내고 가다듬은 취향을 즐겁게 탐닉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패션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모두 진심 패션하기를~


그리고... 그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200% 열정으로 살고 있을 업계 사람들에게는 따스한 포옹과 힘찬 뽜이팅을!!


#패션하자

#끝

#선배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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