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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서 꽃형님 Jan 22. 2021

ZARA 매장의 현장 트레이닝

by 꽃형님

귀국 후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한 곳은 Fast Fashion의 대표 브랜드 Zara였다. 



국내외를 오가며 내셔널 브랜드, 프로모션 브랜드, 그리고 럭셔리 브랜드까지 조금씩 경험해 보았기에, 당시 전세계적으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던 패스트 패션의 세계가 참 궁금했더랬다. Zara 뉴욕 헤럴드 스퀘어 매장에서 일하며 보았던 스토어 매니저 M의 역할은 실로!!! 방대했다. 세일즈는 기본이고, 매출분석, 재고관리, 직원교육, 상품주문, 그리고 VMD까지 모두 실행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자. 그 일들을 체계적으로 배운다니, 답답한 오피스가 아니고 움직이며 일한다니, 게다가 한국 시장 첫 런칭이라니... 매력적이었다.


동시에 우습게도 패션계를 완전히 떠날 준비도 하고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 지원했는데, GM 전략기획실은 직원이었던 친구의 권유로 서류를 넣었으나, 대학의 학부 전공이 경영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석사 전공이 경영임에도 불구하고... 아 그놈의 정통성...) 친구는 만나보지도 못하고 서류 전형에서 똑 떨어졌다. P&G 마케팅팀의 면접 일주일 전, Zara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4일 후 홍콩으로 트레이닝을 받으러 떠날 수 있다면 함께 일하자고. 그 손을 덥석 잡았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교육을 받으러 홍콩으로 날아갔다. 



홍콩은 처음이었다. 노후한 도심 구석구석 로컬 상인들이 알차게 자리잡고 영업하면서도, 엄청난 규모의 대형 쇼핑몰들이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어 오랫동안 아시아 쇼핑의 천국이라 불렸던 홍콩의 아성을 느낄 수 있었다. Zara는 타임스퀘어, IFC몰, 하버시티 등 대형 쇼핑몰마다 입점해있었고, 나를 포함한 4명의 동료는 각기 다른 쇼핑몰로 흩어져 트레이닝 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매장 오픈 전 출근하고, 클로징 후 퇴근하는 장시간의 고된 업무가 이어졌다. 열시간이 넘도록 매장에 서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일하다 보니 발이 퉁퉁 부어 걷기가 고통스러웠고, 근처 가장 늦게까지 오픈했던 City Super 에서 통증 연고를 구입해 밤마다 발 마사지를 했다 (맥주 한 캔도 함께). 


미국 Zara에서의 파트타임 시절 6시간 근무 중 4시간을 일하고 무조건 30분 휴식이 의무이자 권리였는데... 한국에서도 법정 근로 시간 8시간을 지켜가며 일하고자 하였는데... 여기는 당췌 뭔가 싶다가도... 첫 주는 혹사당하는 줄도 모르고 눈앞의 상황에 적응하기 급급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건만, 추후에 알게된 사실은... 파견이었기에 홍콩에서 요구하는 시간만큼 일해줄 필요는 없었다는거...


여하튼, 출장이든 트레이닝이든 직원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은 회사로서는 비용 부담과 함께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고,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만큼 해외에 간 직원에 대한 섬세한 케어는 쉽지 않고, 내가 나를 잘 챙겨야 하고... 그리고 소중한 기회인만큼 일정 빼곡하게 채워 토나오게 일하는 것을... 이제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한국 매장 오픈 일자가 예정보다 앞당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3주 트레이닝의 10일차에 한국 복귀가 또 또 급하게 결정되었다. 오늘까지 일하고 내일 오전 비행기를 타라는 홍콩 매니저의 오더. 함께 간 동료 중 2명은 명동 롯데 영플라자 매장으로, 나를 포함한 다른 2명은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 매장으로 배치되었다.


오픈 첫 날, 실로 어마어마한 인파가 찾아왔다.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그렇게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하는 전쟁같은 세일즈의 나날들이 이어졌다. 자라 코리아는 이전 한국의 단독 매장에서 볼 수 없었던 어마무시한 매출 기록을 매일같이 갱신하며 세간의 주목을 제대로 받았고, 당시 백화점 쇼핑에 집중된 소비자들의 관심이 플래그쉽 스토어로 전환되어 거리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명동 상권에는 영플라자(현재 철수), 엠플라자, 눈스퀘어 3개 매장을 입점시키면서도 자기시장잠식에 빠지지 않을만큼 충분한 상품력과 로열티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패스트 패션 즉 SPA 브랜드의 대호황이 시작되었다.


한국 매장의 성공적 오픈과 시스템 정착을 돕기 위해 일본과 홍콩에서 지원팀이 날아왔다. 일본팀은 영플라자 매장에서 홍콩팀은 코엑스 매장에서 함께 일하며 업무를 도와주었으나, 이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현장에서의 1:1 직원 교육이었다. 매니저, 섹션 리더, 세일즈, 코디네이터, 캐쉬어 등 파트별 직원을 키워내기 위해 교육에 전력을 다했고, 동시에 혹독한 평가를 진행했기에 초기 멤버들 다수가 인사나눌 새도 없이 사라졌다. 


매장

고객과 만나는 접점

본질에 접근하는 기회의 장소


Zara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고객 접점인 현장, 즉 매장에서의 활동이다. 패션쇼를 하지 않는 이유는 매장에 찾아오는 자라의 고객이 가장 먼저 신상품을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 공언할 정도.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의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14세에 셔츠 매장 판매원으로 일을 시작했고, 현장 노하우, 사업 경험 등을 집결시켜 39세의 나이에 자라를 런칭한다. 본사(headquarters)가 위치한 스페인에서는 적어도 디자인, 품질, 가격 등 상품력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우선하겠지만, 자회사(subsidiary)가 위치한 해외의 경우에는 고객 접점이자 매출 발생의 핵심 장소인 매장의 효율적 운영이 핵심 경쟁력이다.  


그래서일까? 전 직원의 매장 세일즈 능력은 기본기로써 끊임없이 강조되었다. 뉴욕 매장에서 함께 일했던 세일즈 직원 중 몇몇은 오피스 직원이었고, 세일즈 트레이닝에 통과해야만 비로소 채용이 결정되었다. 성실함은 물론이거니와, 몸짓, 말투, 태도, 눈치 등과 같은 몸의 언어는 쉬이 숨길 수 없는 본질적 특징이었다. 이 모든 사항들은 속속들이 스토어 매니저에 의해 관찰되어 HR에 보고되었다. 매장 트레이닝에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본사 인터뷰를 통과한 직원이라 할지라도 스토어 매니저 직권으로 채용 전 방출되었다.


한국에서는 오픈 초기에 도입되지는 않았으나, 안정기에 이르러 곧 동일한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신입 직원은 2주 동안 매장에서 4회의 신상품 입고와 4회의 대규모 VMD 교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입고에 참여한다면 새벽 5시 출근하여 4시간 동안 신상품의 코디네이션과 함께 300평의 매장을 완전히 새로운 매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미션, 입고 시간 이후 출근하더라도 바로 창고로 보내진 박스의 정리와 함께 신상품을 눈으로 익히고 당일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첫 날 신상품의 매출 데이터는 POS에 기록되어 향후 2-3주간의 출고 시스템에 자동적으로 반영되어 소위 잘 파는 매장은 해당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매장의 실시간 상품 보충과 고객 응대 방법, 피팅룸의 운영과 창고 운용, 재고 관리와 점간 이동, 오픈과 클로징 등 300평의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노하우들을 30여명의 직원들과 호흡하며 총체적으로 경험한다. 문서와 이메일 보다는 현장에서의 결정을 최우선으로 하며, 직원들은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활동을 수행한다. 매장 세일즈의 가이드는 존재하지만... 세부 내용은 결코 기록되지 않으며, 확실하게 시스템을 체득한 소수의 매니저들에 의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맞추어 1:1로 교육되고 평가된다. 매장 언어, 작업 순서, 상품 명칭, 집기 명칭 등에 대한 탁월한 숙지도 중요하지만, 태도, 인상, 말투, 제스처, 목소리와 같은 몸의 언어 또한 (한 인간에 대하여)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된다. 


첫 직장에서 꾸준히 현장 지원을 나갔던 옛 기억을 되짚어보면, 2주 동안 치열한 매장 첫 경험은 좀 가혹하겠지만... 추후 모든 업무의 진행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으리라 단언한다. 이제는 오히려 매장/현장을 모르고 어찌 매장 지원 업무를 해줄 수 있느냐 반문하게 되며, 현장에는 문제도 있지만 답도 있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하게 된다. 


* 사업 전략에 대한 상세 내용은 2014년 사례 연구 논문으로 발표되었습니다. 패스트 패션의 비즈니스 전략:자라의 사례 연구 http://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141564260328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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