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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서 꽃형님 Jun 01. 2021

나만의 '아우라'를 기르자

by 캡틴서

나의 글 묶음 마지막 챕터를 어떤 내용으로 채울까 은근히 부담되고 계속해서 고민만 하고 있었다. 패션과 나이 듦, 마음가짐과 태도 뭐 이런 내용들을 쓰고 싶었는데 고맙게도(?)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의 수상 소식이 ‘우리 엄마’가 드디어(?) 세계적인 상을 타신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단지 부모님과 비슷한 연령대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그녀에게 '윤며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단지 옷을 센스 있게 잘 입어서 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 지인이 우스갯소리로 옷 쇼핑한 돈을 모았더라면 강남지역 아파트 두 채는 샀을 거라고 했다지만, 좋은 옷만 걸친다고 모든 사람이 있어 보이고 멋져 보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신만의 태도, 시그니처 혹은 소위 '아우라' 하는 것이 없으면 아무리 명품을 걸쳐도 그것은 그저 몸을 둘러싼 껍데기이고 옷이 사람을 데리고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될 것이다. 

윤여정 배우는 그녀의 생각, 태도, 삶 동안에서 쌓인 경험들로 스스로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을 입던 자연스럽고 그녀에게 잘 어울려 보인다.  




누구나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는 시대

패션업계는 최근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영향을 받아 소폭 매출이 상승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기존 패션업계 관성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거 같다. 과감하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켜야 하나 그저 직원들만 쥐어짜는 식의 경영을 하거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 주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틈에 한쪽에서는 동대문 브랜드들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플랫폼이 몇 백억 원씩 투자받고, 한쪽에서는 해외 명품을 사전 예약받아 정품 인증해주는 플랫폼이 지속적인 투자를 받고 있다. 또 한정판 스니커즈들을 리셀링 하는 플랫폼들도 투자자들에게 인기이다. 본인이 스타트업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TV 광고에서도 심심찮게 이러한 낯선(?) 기업들의 기발하고 신선한 광고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들이 라이프스타일, 사고방식, 중점 소비 분야 등에 따라 정말로 빠르게 변화하고 다양하게 소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20대, 아니 10대가 명품 소비를 하고 30대는 투자용으로 몇 시간씩 줄을 샤넬백을 구매하는 '샤테크'를 한다. 물론 코로나 발병이 빚은 보복 소비의 한 단면 일 수 도 있지만 그만큼 명품을 소유하는 데에도 나이, 소득 수준의 경계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누구나 어떻게든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요즘 MZ세대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나의 스타일과 살아온 시간의 조화

대학시절 배꼽티 - 요즘은 크롭탑 - 가 유행해도 허리가 길어서 안 어울린다고 꿋꿋이 청청 패션만 고집하던 나름 '주관 있는 소비자'였지만 이제는 그런 주관 마저 희미해져 간다. 맘에 들면 무작정 이것저것 지르고 볼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최근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면서 한번 더 생각하고 구매하는 버릇을 들이고 나니 과연 쇼핑의 끝이 어디인가에 대한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최신 유행 스타일을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잘 만들어진, 크게 유행을 타지 않을 '내 스타일'의 아이템만 찾게 된다. 결국 그것들이 본인을 가장 잘 나타내 주고 나아가 대변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가끔은 지겹기도 하다. 그래서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나 요즘 핫하다는 브랜드 아이템을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두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착장하고 나갔을 때 부담스럽고 불편하다면 구매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불편하다고 한동안 묵혀두었다가 당근 마켓이나 리셀링 마켓에 판매하게 될 것이다. 금전적으로 충분한  여력이 된다면야 상관없겠지만, 대부분 내 말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옷도 많이 입어 본 사람이 잘 입는다고 그만큼 많이 사고 실패해 봤으면 이제는 자신의 스타일을 알 때가 되었고 생각한다. 셀럽들이 브랜드 컬렉션에서 협찬받아서 걸치고 나와도 어떤 사람은 자기 것을 입은 것처럼 어울리는데 어떤 사람은 어색하고 뭔가 따로 노는 듯한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건 자신들의 스타일이 아니어서 무리한 시도를 한 것이고 그 사람이 그것을 입어도 감당할 만한 여유로움이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태도나 마음가짐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윤여정 배우가 '꼼데 가르송' 브랜드를 즐겨 입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무슨 브랜드를 즐겨 입느냐 보다는 그녀에게 그 브랜드가 잘 어울리는 이유가 더 궁금하다.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날카롭지만 무심한 듯 툭 걸치는 '제대로 된' 아이템을 적잖이 가지고 있어 보인다. 

꼼데 가르송의 창시자 레이 가오 쿠보의 시그니처는 이마를 덮어 자로 잰 듯 자른 단발머리이다. 예전에 상사 중에 그와 유사한 헤어 스타일을 하신 분이 계셨다. 이 두 사람은 살아온 배경과 하는 일은 다르지만 그 헤어 스타일이 너무도 잘 어울리고 거기서부터 발끝까지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이렇듯 나이가 들수록 과하게 꾸미기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분을 만나면 한번 더 돌아보게 되고 그 사람의 지나온 삶의 세월들이 궁금해진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나는 '보드 타는, 데님을 입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보드는 이제 타면 겁이 많아져서 예전보다 더 못 탈 것 같고,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할머니들이 이미 너무 많아졌다. 데님의 기원이야 어떻든 간에 데님은 여전히 젊음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데님을 입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데님을 입은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 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꿈을 다시 '자기 스타일이 멋진 할머니'로 수정하고자 한다. 

ZARA  트위드 재킷과 데님 바지를 입어도 샤넬을 입었다고 느끼도록, 나 스스로 태도와 사고, 좋은 경험을 차곡차곡 만들어 가야겠다. 그게 곧 '나만의 아우라'가 되지 않을까.




처음 이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의류학 전공자, 패션업계 경험자로서 화려해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은 생생한 민낯을 알리고 후배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그러나 주제를 정해 10개의 글을 써내려 가다 보니, 경험에 의한 현실을 알리는 기회도 되었지만 결국 자기반성과 다짐으로 결론지어지는 맺음이 많아졌다. 

나의 열정 가득했던 그간의 치열한 일과 학업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얘기들을 친구한테 하듯 늘어놓고자 했으나 기억력의 한계로 그저 조각조각 나열해버렸고, 그때는 왜 그랬지 하는 후회, 결심만 하고 하지 못했던 일들, 하지 못한 말들, 느끼지 못했던 깨달음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태생이 이과생이다 보니 다소 시니컬한 내 말투가 글에 묻어 나와 썼다 지웠다가를 반복하기도 하고 문장에 사족이 많아 줄이기도 여러 번 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드디어 마무리하게 되었다.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배경을 가진 후배와의 야심 찬 프로젝트로 쓴 글들이 읽으시는 분들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1%이라도 있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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