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리 Dec 24. 2024

소설 루나

제가 쓴 단편 소설입니다.

“하암. 피곤하다. 얼른 자야지.”

오늘 하루도 고된 일을 하고 돌아와서 지친 현서가 말했다. 그리곤 금방 곤히 곯아떨어졌다.


“헉.”


현서가 눈을 떴다.


“지금이 몇 시지?”


현서가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손을 옆으로 뻗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원래대로라면 스마트폰과 탁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방의 풍경도 바뀌어 있었다.


“엥, 이게 뭐야?”


현서는 혼란스러웠다. 그때 현서의 눈 앞에 푸른 창이 떴다.


「풍요의 섬 루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꺄아악!”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푸른 창에 놀란 현서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놀람도 잠시, 현실적인 성격인 현서는 금방 진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눈 앞에 떠 있는 푸른 창의 글을 읽었다.


“루나…? 처음 들어보는데?”


현서가 말했다.


현서가 글을 다 읽자 푸른 창의 글이 바뀌었다.


「지금 계시는 곳은 제 2세계입니다. 제 2세계에는 풍요의 섬 루나, 단 한 섬만 존재합니다.」


“제 2세계? 그건 또 뭐야?”


현서가 외쳤다. 그러나 푸른 창은 자기 할 말만 하곤 사라졌다.


“현서님. 양치하실 시간입니다.”


날개가 달린 작은 로봇이 현서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잇, 깜짝이야.”


현서가 말했다.


“저는 오늘부터 현서님을 모시게 된 로봇 집사 로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로보가 말했다. 현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로봇 집사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뺨을 때려도 보고 볼을 꼬집어도 보았다. 하지만 볼만 얼얼할 뿐 앞의 로봇 집사는 그대로였다. 그래서 현서는 로봇 집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루나에서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배고플 때가 되면 로보가 알아서 식사를 가져다주고, 다 먹으면 치워주었다. 집은 무척이나 넓고 쾌적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며칠째, 현서는 이만 심심해졌다. 그리고 집 바깥이 궁금해졌다.


“로보. 나 집 밖에 다녀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현서가 말했다.


“네!”


로보가 답했다. 집 바깥은 현서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아름답고 예뻤다. 마치 중세 로마와 신도시가 혼합된 듯한 건축물들을 보면서 현서는 영원히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현서는 이 섬의 끝이 어딘지 궁금해져서 도시 외곽 방향으로 걸어갔다. 한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현서의 눈 앞에 요트 탑승장이 보였다.


“재밌겠다.”


“근데 돈 없는데.”


현서가 말했다. 그러자 그동안 종적을 감추고 있었던 푸른 창이 나타났다.


「루나에서의 모든 것은 무료입니다.」


이번에도 푸른 창은 안내만 하곤 사라졌다.


“무료? 완전 대박인데? 당장 요트 타러 가야지!”


현서가 푸른 창의 글을 읽고 신나서 말했다. 현서는 요트의 티켓을 무료로 발권했다. 때마침 요트의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완전 럭키 걸이잖아?’


현서가 생각했다. 요트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너무나도 예뻤다. 현서는 한참을 바다의 윤슬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심심해진 현서는 요트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요트의 구석에 망원경이 하나 있었다. 뭐가 보일까 싶을 정도로 낡고 먼지가 쌓여 있으며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하지만 털털한 성격의 현서는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망원경 위의 먼지와 거미줄을 털어내고는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 댔다. 현서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확대된 윤슬이었다. 현서는 망원경을 이리저리 돌려대면서 바다를 구경했다. 그러다 망원경으로도 저 멀리인 곳에 검은색의 무언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마치 섬과 같았다.


‘엥? 섬은 하나밖에 없다고 했는데?’


현서가 생각했다. 그리고 푸른 창에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내서 혼잣말하듯 말했다.


“제 2세계에 섬은 하나인가…?”


그러자 푸른 창이 어디선가 튀어나왔다.


「제 2세계에는 풍요의 섬 루나, 단 한 섬만 존재합니다.」


푸른 창은 할 말을 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흠… 그럼 저건 뭘까… 이상하네’


현서가 생각했다.


“그 망원경은 보시면 안 됩니다. 낡아서 위험하다고 판단돼,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멀리서 망원경을 보고 있는 현서를 발견한 승무원이 말하며 현서에게 다가왔다.


“이크.”


“알겠습니다.”


현서가 대답했다. 현서는 망원경에서 눈과 손을 뗐다. 망원경을 보겠다는 호기심에 아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사용 금지 팻말이 망원경에 붙어 있었다. 현서는 망원경이 있는 곳에서 원래 처음에 서 있던 곳으로 돌아가며 요트의 시설물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다른 건 다 신식에 깔끔한데... 망원경만 구식에 더럽다니, 신기하네.”


현서가 생각했다. 애초에 현서가 집에서 늦은 시간에 나온 탓에 요트에서 내리자 해가 저물어 제법 어두워져 있었다. 현서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자 로보가 저녁을 준비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현서님, 잘 다녀오셨나요? 손 씻고 저녁 식사하세요.”


로보가 말했다. 현서는 손을 씻고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그러고는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현서는 아까 요트에서 망원경으로 본 검은색의 무언가가 궁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현서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검은색의 무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직접 배를 만들어 가보기로 했다. 현서는 결정을 내리자 잠이 왔다. 현서는 금방 잠에 들었다.


“짹짹짹”


현서는 눈을 번쩍 떴다.


‘창문이 없는 방에서 참새 소리가 들릴 리가 없는데?’


현서가 생각했다.


“접니다-.”


“현서님이 안 일어나시길래 제가 참새 소리를 내보았습니다.”


로보가 말했다. 현서는 로보가 귀여워서 살포시 웃었다.


“고마워.”


현서가 말했다.


“양치하시고 세수하시고 아침 식사하시죠.”


로보가 말했다. 현서는 아침 식사를 한 다음 나갈 채비를 마쳤다.


“집 잘 지키고 있어”


현서는 로보를 강아지처럼 취급하고 집을 나섰다. 현서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 도서관이요~라고 말하는 듯한 건축물과 도서관이라고 멀리서 봐도 도서관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쓰인 패 덕분이었다. 도서관에 입장한 현서는 도서 검색대에서 배에 관해 검색했다. 그리고 배를 짓는 법이 나와 있는 책이 위치한 서고를 알 수 있었다. 입구부터 웅장하더니 세상의 모든 책을 모아놓은 것 같다고 현서는 생각했다.


‘아, 섬이 루나뿐이라고 했고, 도서관은 이 섬에 여기 하나니까 내 생각이 틀린 건 아니지.’


현서가 생각했다. 현서는 책이 있는 서고로 가 책을 찾아 대출하고 도서관에서 나왔다.


“이제 목공소에 가볼까?”


현서가 말했다. 현서는 미리 집에서 챙겨온 루나 지도에서 목공소를 찾았다. 도서관에서 가장 가까운 목공소도 도서관과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현서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다행히도 도서관 앞에 버스 정류장이 바로 있었다. 현서는 정류장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끼이익-“


목공소 쪽으로 가는 버스가 금방 도착했다. 버스로 10분 정도 가서 내리니 목공소가 보였다. 현서는 목공소로 들어갔다.


”목재를 많이 구매하고 싶은데요, 혹시 배달될까요? 톱 하나랑 망치 하나랑 못도 많이 구매할게요.“


현서가 말했다.


”네. 배달됩니다.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오셨는데 대량 주문이라니, 정말 좋네요.“


목공소 주인이 용도를 물으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목공소 주인은 오랜만에 들어온 대량 주문에 기뻐서 별생각이 없는 듯했다. 현서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니 로보가 반겨주었다.


“현서님, 잘 다녀오셨나요? 손 씻고 저녁 식사하세요.”


로보가 말했다.


“응.”


현서는 손을 씻고 저녁 식사를 했다. 현서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배부른 배를 꺼트리기 위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띵동”


“목재 배달왔습니다!”


문밖에서 아까 방문한 목공소 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서가 문을 열었다.


“혹시 방까지 옮겨주실 수 있으실까요?”


현서가 목공소 주인에게 요청했다.


“허허. 그러죠.”


목공소 주인이 흔쾌히 승낙했다. 현서의 방에 목재와 톱, 망치, 못이 옮겨졌다. 현서는 본격적으로 배 만들기에 돌입했다. 현서는 최소한의 잠만 잔 채 배를 만들었다.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 그리고 잠자는 시간만 빼놓고 배를 만들기 나흘째, 드디어 현서 혼자 탈 수 있을 만한 배가 완성됐다. 이 배를 옮기는 게 일이었다. 현서는 고민하다 로보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자, 됐다. 로보야 가자!”


현서는 로보의 몸에 밧줄의 한쪽을 묶고 다른 한쪽에는 여러 갈래의 밧줄을 묶은 다음 그 여러 갈래의 밧줄을 배의 곳곳에 연결했다. 로보에게 매달린 배가 아슬아슬하게 현관문을 통과했다.


“쭉 바닷가까지 가는 거야!”


현서가 말했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배를 쳐다봤다.


그러나 현서는 개의치 않고 바닷가로 향했다.


“로보, 수고했어. 이제 집으로 돌아가 봐도 돼!”


바닷가에 도착하자 현서가 로보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현서님.”


로보는 대답하고는 날아서 집으로 향했다.


“자. 그러면 어제 본 검정 물체의 정체를 확인하러 가보실까나?”


현서는 미리 챙겨온 나침반과 램프 그리고 노와 함께 배에 올라탔다.


푸른 창이 나타났다.


「경고: 안전지역 이탈」


현서는 푸른 창의 경고를 무시하고 노를 저었다. 몇 시간이고 노를 저었을까, 동이 틀 무렵 검은 물체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엥? 섬이잖아?”


검은 물체의 정체는 섬이 맞았다. 푸른 창은 경고를 띄운 이후부터는 묵묵부답이었다. 현서는 섬으로 배를 더 몰아서 배를 댔다. 배를 대고 난 후 섬에 내렸다. 섬은 아무것도 없이 황폐했다. 아직 어스름한 새벽이었기에 현서는 램프를 들고 배에서 내렸다. 섬을 걸으며 둘러봤지만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현서는 탐색을 포기하고 돌아가려 했다. 그때, 현서의 눈에 지하로 향해있는 작은 문이 들어왔다. 현서는 작은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기에 현서는 램프를 앞세워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는 지상과 마찬가지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계단이 끝나자 현서는 램프를 휘두르며 주변을 확인했다.


“꺄아아아아악”


현서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현서의 비명이 메아리가 되어 계속하여 울렸다. 램프로 비친 곳에는 매우 많은 캡슐이 있었다. 그리고 각 캡슐 안에는 현서의 비명에도 깨지 않을 정도로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람이 있었다.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마도 이 섬의 지하 전체가 이런 캡슐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현서는 너무나도 소름 끼쳐서 당장 그곳을 박차고 나왔다. 현서는 지상으로 나와서 지하로 향하는 문을 닫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한숨을 돌린 현서는 당장 배를 타고 루나로 향했다.


‘저 섬의 정체는 뭐지? 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캡슐에 담겨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거지?’


현서는 루나로 배를 몰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그러고는 검은 섬에 대해 더 알아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안전 지역 재진입」


현서가 루나에 거의 도착했을 때 푸른 창이 나타났다. 현서가 루나에 다시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 현서는 배를 바닷가에 내버려 두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현서님, 여행은 즐겁게 다녀오셨습니까?”


현서가 집에 들어가자 로보가 반겨주었다. 현서는 아까 오전에 있었던 일로 충격을 받은 탓에 로보의 인사에도 대답하지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는 바로 잠들었다.


“짹짹짹”


현서는 눈을 떴다. 이번에도 로보가 장난을 친 것이었다.


“아, 그래. 로보야 고맙다.”


현서는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를 한 다음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샤워를 했다.


‘일단 도서관에 가보자. 관련된 자료가 있을지 몰라.’


샤워하면서 현서는 생각을 정리했다.


“로보야 나 도서관 다녀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네.”


욕실에서 나온 현서는 로보에게 집을 잘 지키라는 인사를 남기고는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한 번 가본 길이었기 때문에 더 쉽게 갈 수 있었다. 현서는 도서관에 들어가 도서 검색대로 향해서 섬이라는 단어를 쳤다. 그리고 검색된 모든 도서 목록을 뽑았다.


“하... 여기도 없네.”


현서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현서가 목록의 절반쯤 책을 찾고 내용을 살펴봤을 때였다. 현서는 다시 책 찾기에 열중했다.


“하... 없네?”


현서가 다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모든 책을 다 뒤졌지만, 관련 내용이 담긴 책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현서가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현서의 눈에 제한 서고가 들어왔다.


‘제한 서고? 제한 서고라면 내가 찾는 내용이 담긴 책이 있을 수도 있겠어!’


현서가 생각했다. 그런데 제한 서고의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지문 잠금장치로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현서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


‘바로 이거야!’


현서가 생각했다. 현서는 당장 도서관을 벗어나 마트로 향했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요거트를 하나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문구점으로 향해 작은 테이프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서 현서는 카페로 향했다. 자신은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 내부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요거트는 쨍쨍한 햇빛이 드는 테라스에 놔뒀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음료수를 마시면서 요거트를 지켜봤다. 현서는 이쯤 하면 됐다는 판단이 들자, 카페 내부로 요거트를 가져와서 에어컨 바로 밑에 두어 다시 차갑게 만들었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사서님, 수고하십니다. 요거트 하나 마시고 일하세요.”


현서가 말했다.


“어머, 감사합니다. 그런데 도서관은 음식물 반입 금지인데요.”


사서가 말했다.


“에이~ 감시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 말고는 도서관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마시면서 하세요!”


현서가 말했다. 현서의 말이 맞았다. 놀고 즐기기도 바쁜 풍요의 섬 루나에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서점에 가서 그냥 무료로 집어 오면 됐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형식상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그럴까요?”


사서가 말했다. 현서는 자리에서 물러나 책을 찾는 척하면서 사서가 요거트를 마시는지 감시했다. 사서는 요거트를 아무 의심 없이 마셨다. 그리고 몇 분 후, 사서는 배가 아픈 듯 보였다. 그리고 사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현서는 사서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 확실히 확인한 후 테이프를 꺼내 반질반질한 요거트 병에 묻은 사서의 지문을 테이프에 옮겼다. 그리고 재빨리 제한 서고 앞으로 가 지문 인식 장치에 테이프를 붙였다. 다행히도 제한 서고의 문이 열렸다.


“아싸!”


현서가 작게 외쳤다.


제한 서고의 크기는 초라했다. 현서는 제한 서고 안의 모든 책의 제목을 살펴봤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찾았다.


“금지된 섬?‘


책의 제목은 금지된 섬이었다. 현서는 책장을 펼쳤다.


’루나의 비밀에 대하여‘


책의 첫 번째 장에 쓰여있는 글귀였다. 현서는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책을 넘겼다.


’풍요의 섬 루나는 1가구 2자녀의 산아 제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일가족 모두는 풍요의 섬 루나에서 살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그런데 산아 제한 정책을 어겼지만, 풍요의 섬 루나에 살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자녀의 수가 2명이 되도록 다른 자녀들을 풍요의 섬 루나의 관리자에게 바치는 것이다. 풍요의 섬 루나에서 살 지위를 박탈당한 사람들이나 풍요의 섬 루나의 관리자에게 바쳐진 아이들은 카오스로 향하게 된다. 카오스에 가게 되면 캡슐 속에 갇히게 되고, 일생의 생체 에너지는 모두 풍요의 섬 루나의 영속에 사용된다.‘


”헉!“


책에 써있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현서는 더 이상 책장을 넘길 엄두가 나지 않아 책을 덮었다. 현서는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이 남지 않게 책장에 책을 잘 꽂아놓은 다음 제한 서고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문 인식 장치에 붙은 테이프를 뗐다. 아직도 사서는 화장실에 있는 모양이었다.


’죄송해요. 사서님.‘


현서는 속으로 사서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한 다음 재빨리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현서님 다녀오셨어요?“


로보가 반겨주었다.


”어.“


현서는 짧은 답을 한 채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서 로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문을 잠갔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푸른 창! 푸른 창! 이 섬에서 나가서 현실 세계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


그러자 푸른 창이 나타났다.


「비밀의 공간을 찾으셔야 합니다.」


”비밀의 공간이 뭔데?“


현서가 물었다.


「현서님께서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게이트가 마련된 장소입니다.」


푸른 창이 대답했다.


”거기가 어딘데?“


현서가 다시 한번 물었다.


「당신의 바로 곁에 있습니다.」


푸른 창이 답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내 바로 곁에?‘


현서가 생각했다.


”바로 곁이라면 이 집에 있다는 건가?“


현서가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푸른 창이 다시 나타나서 답했다.


”그러면 비밀의 공간을 찾으면 어떻게 해야 해?“


현서가 물었다.


「’하나, 둘, 셋. 이동!‘이라고 주문을 외치시면 됩니다.」


푸른 창이 대답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하나, 둘, 셋. 이동!“


현서는 자신의 방에서 주문을 외쳤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서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문 앞에는 로보가 있었다.


”하나, 둘, 셋. 이동!“


현서는 방문 앞이 비밀의 공간일까 싶어 주문을 외쳤다.


”현서님이 그 주문을 어떻게...“


로보가 말하다 로보의 말이 중간에 끊겼다. 그리고 로보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후회하실 거예요. 지금이라도 ’취소‘라고 외치시면 여기서 계속 사실 수 있어요!“


로보가 힘겹게 말했다.


”아니, 나는 후회 안 해! 로보야 그동안 고마웠어. 나는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게! 안녕!“


현서가 말했다. 로보의 몸이 더 밝게 빛났다. 그리고 로보의 몸 앞에 블랙홀과 같은 것이 생겼다.


”여기구나!“


현서가 말했다. 그리고 현서는 블랙홀과 같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안...돼...요...“


로보가 말했지만 현서는 이미 게이트에 들어간 뒤였다. 현서가 게이트에 들어가고 나자, 게이트는 사라졌다. 그리고 로보도 천천히 소멸했다. 현서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와! 이 공기! 여기가 내가 살던 곳이지! 반갑다! 서울아!“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온 현서가 외쳤다.


끝.


<에필로그>


’금지된 섬‘


’루나의 비밀에 대하여


풍요의 섬 루나는 1가구 2자녀의 산아 제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일가족 모두는 풍요의 섬 루나에서 살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그런데 산아 제한 정책을 어겼지만, 풍요의 섬 루나에 살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자녀의 수가 2명이 되도록 다른 자녀들을 풍요의 섬 루나의 관리자에게 바치는 것이다. 풍요의 섬 루나에서 살 지위를 박탈당한 사람들이나 풍요의 섬 루나의 관리자에게 바쳐진 아이들은 카오스로 향하게 된다. 카오스에 가게 되면 캡슐 속에 갇히게 되고, 일생의 생체 에너지는 모두 풍요의 섬 루나의 영속에 사용된다. 카오스의 캡슐 안에 갇힌 사람들은 환각 속에서 일상생활을 사는 듯한 착각을 받게 된다. 카오스에 갇힌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풍요의 섬 루나로의 체험이 가능하다. 이때는 실제 감각이 활성화된다. 루나에서 사는 동안은 로봇의 형상을 한 수호령이 체험자의 곁에 머무르게 된다. 수호령은 체험자가 풍요의 섬 루나에서 머무르는 동안의 선택에 개입할 수 없다. 체험자가 풍요의 섬 루나에서 30일 이상 살게 될 경우 카오스에서 벗어나서 평생을 루나에서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탈출을 감행할 경우 체험자는 다시 환각으로 들어가게 되고, 수호령 또한 소멸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