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172호>, 조현철 교수 칼럼
"...경제적 세계화는 자본의 전 세계 이동을 자유롭게 만들었고, 자본의 논리가 세계 어디든 최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철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규제 철폐로 무분별한 개발과 채굴 사업이 용이해지자 세계 곳곳에서 자연이 대규모로 파괴되고 오염되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은 병원균의 왕성한 번식에 적합한 온상을 마련해준다. 개발로 서식처가 없어진 야생동물은 인간 쪽으로 다가왔다. 야생동물을 숙주로 삼은 바이러스와 인간의 거리도 줄어들었다. 야생동물의 매매는 이 거리를 순식간에 없애버린다. 대규모 축산공장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올 때 그지없이 편리한 중간 기착지가 된다. 생물다양성이 낮은 곳일수록 토착 생물들의 텃세가 그만큼 심하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새로운 생물이 정착하기가 좋다. 대규모 단일경작이나 벌목과 화재로 인한 숲의 파괴로 생물다양성이 감소되는 지역이 급속도로 늘면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보다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세계화 경제가 추구해온 개발과 성장, 대규모 생산과 소비 양식으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어왔다. 기후 변화는 병원균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동물의 개채수를 변화시킴으로써 감염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인간이 바이러스를 불러들이고 그렇게 옮겨온 바이러스가 인간을 삶의 자리에서 몰아내고 있다. 바이러스가 감염병으로 사람들을 괴롭히기 이전에 자연을 파괴해온 인간의 폭력이 먼저 있었고 그 인간의 배후에 세계화된 자본이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 방역 체계는 국제사회의 찬사가 이어질 정도로 매우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르스 감염 때의 혹독한 체험과 철저한 학습이 이번에 탁월한 대처의 원동력이 된 듯하다. 물론 의료진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한편,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포함하여 감염병에 대한 의료기술적 해결법의 한계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 감염 대책은 의학적, 생물학적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적, 생태적, 경제적 차원을 모두 고려해서 마련해야 한다. 인간활동, 자연환경, 바이러스 사이에 있는 복잡한 상호작용과 긴밀한 연계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 감염병 발생의 근원적 감소를 위해 중요하다. 기술적 대책만으로는 바이러스의 잦은 충돌을 막을 수 없다. 게다가 더 '세고 영리한 놈'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하 생략)
공감되고, 또 공감되어 몇 번을 읽어본 글.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이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이번 Food Revolution Network에서 개최된 2020 Food Revolution Summit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말 중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의 인간이 얼마나 많은 항생제,를 만들어내며 자연의 순리에 거슬러 왔는지,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지속가능한지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If we as a species fail to align ourselves with nature and continue to be consumptive and combative in our behavior towards mother nature and towards our planet, we will fail in our own self-identity, and therefore our consciousness, and we will disappear."
-Zach Bush, Medical doctor specializing in internal medicine, endocrinology, and hospice 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