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된 은채이야기 - 정읍살이 1
배가 고팠고 울었다. 왜 밥을 먹지 않고 울기만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직 밥을 먹을 수 없는 나이였는지 어디가 탈이 나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에두른 소녀들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서로 닮은 구석이 있는 비슷비슷한 얼굴들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날숨에 단내 나는 어떤 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찌어찌 어렵게 구했다는 말과 함께 그것을 내밀었다. 비릿한 냄새가 났지만 그런 것 따위는 문제 될 게 없었다. 따끈하고 부드러웠다. 꿀꺽꿀꺽 소리까지 삼킬 듯 잘 받아넘겼다. 염소젖은 잘 먹어 다행이라며 희미하게 웃던 소녀들 사이에서 엄마일 거라 짐작이 되는 얼굴은 찾을 수 없었다. 소녀들의 얼굴이 구심력을 잃은 듯 산산이 흩어지면서 흑백 소환은 다시 빠른 속도로 잠자는 우물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