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휴가지에서의 시차가 덜 적응이 되었는지, 봄이라서 그런것인지 수시때때로 졸립고 나른하다.
엄마는 엄마대로 적응 못 했던 음식을 대신할 한국음식을 드시려고 수고로움도 마다하시지 않고 반찬을 만드신다.
며칠 전 저녁 우리집에 와서 저녁을 먹던 동생네 큰 조카가 자기는 김치도 잘 먹는다며 나름 자랑을 했다. 어쩌다보니 동생은 김치 등을 안 좋아하는 어린이 입맛으로 우리에겐 인식되어 있는데 조카가 김치 얘기를 꺼내니 우리 모두 놀랄 수 밖에. 기세가 더 등등해짐을 다음 대화에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고모! 저 파김치도 먹을 줄 알아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니가 파김치를 알아??” 라고 말하면서
사실 우리집에서 파김치는 맛있는 음식 중에 하나이긴 하다. 단 내가 잘 못 먹는다는 게 좀 이상하지만.
파김치를 제일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파김치가 익기 전부터 드셨다. 고추가루가 주는 매운 맛에 더해 파 특유의 알싸한 매운 맛은 어렸던 내게 맛있다고 할 수 없었던 음식이었다.
그런 내게는 다른 음식으로 대체되었다. 파숙주. 가정시간에 배운 이름으로는 파강회이겠으나 우리집에서는 파숙주로 통하며 요리법도 조금 다르다. 전라도가 고향이라고 하면 으례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는 한국사람들. 맞다 맛있는 집 ㅎ 내가 느끼는 고추장의 텁텁함 대신 엄마는 고추가루를 넣어 파숙주를 만드신다. 파강회는 예쁘게 양념장을 얹고 매듭을 지어서 그릇에 담지만 그것은 비슷한 숙주와는 달리 뭔가 더 심심하다. 내게는.
양념이 고루고루 잘 배이게 버무린 파숙주는 이 반찬 하나만으로 밥 한 그릇이 비워진다. 왠지 억울한 기분까지 들 때가 많다.
파숙주의 맛은 파의 적당한 삶기인 것 같다. 어설프게 익히면 파의 매운 맛이 날테고, 너무 익혀버리면 질겨질테고. 먹기의 난이도로 따지면 파김치보다는 낮은데 그런 파숙주도 안 먹는 조카가 파김치를 먹는다니.
그래서 나는 냉장고에 들어있는 파김치라도 꺼낼 액션을 취하자 조카는 “아 오늘은 말고요~~!” 라고 한다. 8살 치곤 제법 언어의 유동성이 커짐을 느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