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다.
더위가 빨리 지나 가을이 오기를
그러고 나서는 다시 봄이 오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정작 나이를 또 먹는다고 불평을.
나이가 많아지면 풍파에 닳아진 모서리만큼 더 둥글어진 사람이 될 줄 알았으나 닳아진 모서리는 더 뾰족하고도 좁은 날을 이루고 마는 것 같다.
뾰족해진만큼 더 더위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하고 심각하게 혼자 고민도 해본다.
누가 어느 계절이 좋으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다 싫은 사람마냥 여름도 싫고 겨울도 무섭다고 말해버렸다 툭 내뱉어 버린 나는 상당히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게 있어 여름은 꼼짝마라 상태였다. 그래도 어렸을 적 여름은 지금과 달리 그리 덥지 않았는지 한해의 여름 중 선풍기를 트는 건 한두어번 정도였는데, 요새는 그 싫다던 에어컨을 밤새내 켤 기세로 에어컨을 주시하고 있다.
겨울은 추워서 뭘 해도 몸의 온도가 뱀처럼 차디차다. 뱀을 만져본적이 없으나 어른들은 겨울 때 내 몸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아앗! 뱀처럼 차갑구나~ 라고 하셨었다.
더위가 극성을 부릴수록 아침 출근길 가방이 내 미련으로 터지려고 한다.
손선풍기
손수건
휴지
부채
선글라스
양산
그날의 상황에 따라 이 물건들을 번갈아 고민하며 넣고 있는데 늘 미션이 실패하는 기분이다. 뭘 챙겨넣어도 땀이 안 흐르는 것은 아니니.
지하굴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거나, 공간이동이 가능했으면 좋겠다와 같은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된다
후~ 뭘 해야 안 더울 것인지.
겨울이 오면 이 여름이 그리워지겠지만 말이다.
여름에 부르는 이름
박준
방에서 독재했다
기침은 내가 억울해하고
불안해하는 방식이었다
나에게 뜨거운 물을
마시라고 말해준 사람은
모두 보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팔리지 않는 광어를
아예 관상용으로 키우던 술집이 있었다
그 집 광어 이름하고
내 이름이 같았다
대단한 사실은 아니지만
나는 나와 같은 이름의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벽면에서 난류를
찾아내는 동안 주름이 늘었다
여름에도 이름을 부르고
여름에도 연애를 해야 한다
여름에도 별안간 어깨를 만져봐야 하고
여름에도 라면을 끓여애 하고
여름에도 두통을 앓아야 하고
여름에도 잠을 자야 한다
잠,
잠을 끌어당긴다
선풍기 날개가 돈다
약풍과 수면장애
강풍과 악몽 사이에서
오래된 잠버릇이
당신의 궁금한 이름을 엎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