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 & 충돌 11 main_ Sweden

by 꼬드kim


스쳐가는 스톡홀름(2010)


생각보다 베르겐 공항으로 일찍 들어왔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티켓팅도 하지 못하고 남은 노르웨이 돈으로 커피 사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빠른 시간의 비행기 티켓을 사는 건데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스톡홀름에 예약해둔 호텔은 생각보다 찾기 쉽지 않을듯해서 리무진보다 택시비가 저렴하다면(물론 그럴 일 없지만 그래도 3인이니까) 택시 타기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숙소 찾는 시간도 절약하고 내일 아침 일찍 감라스탄이라도 제대로 보고 헬싱키로 넘어가려면 말이다.

1시간쯤 지났을까? 스톡홀름 공항 밖으로 나오니 노르웨이보다는 덜 추운듯하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길 건너편의 한 남자를 발견한다. 배웅이라도 나온 걸까? 여기 아는 사람 없는데 누구지? 일단 가봤더니 택시 기사다. 어느새 난 또 택시 값을 흥정하고 있다. 셋이 합한 리무진 값보다 저렴해서 짐을 싣고 택시에 탔다. 3인이라 덜 무서워서 그럴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이라크와 스웨덴의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이 남자는 삼성 핸드폰이며, 그의 차인 스포티지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참으로 좋은 차라고 벌써 스포티지를 두 번째 샀다고. 그러는 사이 어느덧 호텔 앞에 왔지만 거스름돈이 없다는 이유로 아까의 흥정과는 달리 잔돈을 다 안 주고야 만다. 이럴 때를 위해서 잔돈을 준비했어야 하는 건지.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우리는 호텔인지 여관인지 구별이 안 가는 듯한 이곳에 체크인을 하고 삐그덕 거리는 복도 소리 탓에 적당히 씻고, 짐을 대충 정리한 후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기를 다짐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덜 추운 이곳은 병은 안 날 거 같은데 어찌 될는지.

스톡홀름의 아침은 상쾌했다. 다시 짐 싸는 준비 작업을 반복하며 오늘 기기로 한 감라스탄 이야기를 하며 아침을 먹는다. 북유럽 식사 중에는 수란이 항상 나오는데 (우리가 찐 계란을 그냥 툭툭 까먹는 방식과는 달리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컵에 달걀을 살포시 얹어 살살 파먹는 형식이다.) 성질 급한 나는 어느새 테이블 바닥에 톡톡 두드려 껍질을 까고 있다.


스톡홀름의 곳곳을 다 둘러보고 싶지만 예약한 크루즈 시간이 5시다 보니 아무래도 감라스탄 하나만 보기에도 빠듯할듯하다.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짐은 또 숙소 락커에 맡겨두고 감라스탄을 향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이럴 땐 지도를 잘 봐야 하는데..ㅎㅎ 지도를 보는 건지 경관을 보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침이라 아직 가게들이 문을 많이 열지 않았는데도 윈도에 진열된 상품들을 보느라 빠른 걸음으로의 이동이 안 된다.

감라스탄 아래까지 내려오니 스칸센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게 지도에 보인다. 참으로 많은 걸음으로 이동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왕 왔으니 스칸센을 들어가자라고 맘먹었지만 스칸센을 입장하기엔 비용이 만만찮다. 시간도 많지 않은데.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스톡홀름의 말괄량이 삐삐가 사는 곳은 갈 수 있겠다 싶어서 다시금 그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다 보니 숙소는 서쪽에 가깝고, 우린 어느새 남동쪽쯤으로 내려와서 다시 걸어서 올라가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다시 감라스탄 가서 미리 눈도장 찍어둔 물건들도 사고 싶고 숙소 가서 짐도 가져와야 하고. 다행히 1시간 안에 두 번 탈 수 있는 1회용 회수권이란 게 있다 해서 우리는 그걸 이용해 보기로 했다. 우선은 트램을 탔다. 중앙역까지 가는 트램이다.

안내양 비슷한 안내군 청년이 복 주머니처럼 생긴 가방을 들고 다니며 회수권을 팔고 있다. 우리도 1장씩 구입해서 중앙역까지 간다. 바이킹 라인 타는 곳을 정확한 위치로 아는 게 아니라서 여유 시간을 남겨둬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물건을 사러 다시금 또 감라스탄을 간다고 숙소까지 가방 가지러 달리기를 한다. ㅎㅎ 욕심쟁이다.

그러다 우린 책에서만 봤던 아이언 보이도 발견하는 행운을 얻었다. 정말 귀여운 꼬마 동상인데 실제로 봐야 그 작은 크기를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다 보니 또 점심시간을 넘어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맥도널드에 들어가서 버거 세트를 3개나 사고 우리는 낑낑거리며 바이킹 라인을 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엘리베이터가 장착되어있는 배. 어마어마하게 큰 이 크루즈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배고픈 나머지 저녁식사가 뷔페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냥 버거 세트를 우적우적 먹는다 4인실이었으나 우리만 쓸 수 있게 해줘서 아늑하고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그간 밀린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이번 여행 이야기이며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 전까지 끊임없이 대화를.

저녁시간에 식당으로 올라갔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뷔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햄버거를 먹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각자의 잔에 와인까지 곁들여가며 우리는 이 밤을 즐긴다. 배 안의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라이브 음악과 더불어

시간이 흘러갔는지 헬싱키에 들어왔다고 방송이 나온다. 아침 식사가 곧 있을 거라는 방송도. 그 이야기는 어느덧 우리의 여행이 끝나가고 있다는 아쉬움을 보내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항구에 내려 허둥지둥 대느라 못 찍었던 거대한 바이킹 라인과, 실자라인도 곁들여 찍으면서 우리는 헬싱키를 맞이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