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가로보기
어제 일기예보상 오늘 비가 온다고 했다.
그러나 일기예보 앱을 켜니 흐림의 비중만 높을 뿐 비 예보가 하나도 없다. 고민이 된다. 예전의 나였으면 우산을 챙겨들고 나가겠지만 벌써 가방에는 두꺼운 책이 하나 자리 잡고 있어서 버리기로 우산이라는 항목을 선택했다. 그러나 5분도 되지 않아 시간을 확인하는 휴대폰에 빗물이 똑 하고 떨어진다. 잠시 고민한다. 지금 가도 출근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는데 지금 와서 다시 들어가는 수고를 들인다면 비야 맞지는 않겠지만 허둥지둥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거가 될 것이다. 뭐 이런 고민을 하는 것부터가 허둥지둥의 시작이긴 하다.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 있지 않다. 던져두었던 우산을 다시 집어 들고 후다닥 다시 그 자리를 지나가는데 신기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나뭇잎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자세히 관찰할 시간이 없어서 장담은 어렵지만 ‘아마도 거미줄이겠지’ 하는 마음과 더불어 촬영을 하고 갈 것인가 그냥 지나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한다.
벌써 한 번의 지체로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벌써 촬영을 한다. 신기한 이 광경을 허둥지둥이 주는 선물 정도로 생각하며 말이다.
한편으로 나도 공중 부양할 수 있다면 출근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촬영 후 전속력으로 달려야 함에도 피식 웃음이 났다.(비 오는 날이 확실햐!)
어쩐 일로 날씨 앱이 날씨를 맞췄다. 하루 종일 흐림만~~
오늘도 출발하는데 비가 온다. 빨리 다녀와야 한다는 마음에 서둘러보지만 서두름과 행동력은 제각각이다.
엄마는 김장을 하시겠다고 목요일에 배추를 사놓으셨다. 휴가를 낼 수 없어 주말에 도와드려야 하나 나는 이 일을 예상 못 하고 금요일부터 레슨을 4개나 예약해뒀다. 오고 가는 시간에 레슨 시간을 생각하면 적게 잡아도 9시간이다. 거기에 회사 교육 4시간짜리가 버티고 있고, 읽으라고 주신 100페이지가 넘는 파일이 즐거운 금요일 오후에 알럿 창으로 알려준다.
이런! 나는 멀티 플레이어가 아닌데 시간 설정을 어찌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금요일 저녁 하나의 수업 마무리하고 집 정리부터 시작.
김장의 중요함은 청결일 테니(혼자만의 판단) 토요일 새벽은 전체 청소를 후다닥 시작한다. 빠르게 필라 다녀오고 다음 레슨 다녀오고 다행히도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거리가 조금은 한산하다. 오후 추가적인 장보기에 따라나선다. 시장 구경은 즐겁다. 자주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일요일 새벽, 다시 레슨 받기 위해 빠른 준비 후 다녀오니 엄마는 벌써 본격적인 준비를 다 마친 상태셨다.
찰떡궁합이면 좋겠건만 그러기엔 나의 요리 보조 실력이 미흡하다. 회상 강의에 한눈이 팔려 의도치 않게 속도가 더뎌지고.
그래도 드디어 끝이 보인다.
엄마는 싱싱한 굴은 바로 사야 한다며 오늘 다시 나가셨다. 요즘 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음식에 대한 정성 그리고 맛있을 수밖에 없는 근거가 되겠다.
그 사이 나는 자료를 빠른 속도로 읽고 있다. 시간을 주도할 수 있는 사람에 관한 부분과 요즘 세대들은 세로보기를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섭렵하기 위해 진화된 것일 거다.
난 가로보기인데 넘 집중해서 보나? 그래서 내가 시간을 주도 못하는 것일까
그래도 좋다. 가로보기 세대가 누릴 수 있는 맛있는 김치를 겟하는 시간을 누렸으니(흠! 급하게 썰은 나의 파가 유독 눈에 보이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