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그래도 발을 조금만 빨리 움직인다면 덜 늦으리라는 생각에 추운 날씨에도 손 호호 불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연습이 시작된 터라 틈이 없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기는 수월치 않을 듯했다. 쉬는 시간을 기다려보건만 빨리 올 것 같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케이스에서 악기를 꺼내 들고 연습실로 들어갔다.
자리를 찾아 앉아 활을 들었는데 C선이 축 늘어져있었다.
‘아이고!’
첼로가 춥다고 드러누워 버렸다. 주인 마음도 모르고 말이다. 빨리 조율하면 되겠으나 조율하다가 C선을 두어 번 끊어먹은 이후론 조여도 조여지지 않는다. 마음만 조여질 뿐.
맨 뒷자리, 쉬는 시간까지 기다려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부끄러움은 오롯이 첼로 주인의 몫이었다.
다행히 연습 중간에 나가는 단장님에게 조율을 부탁했다.
그날 저녁, 올해 계획에 한 줄을 추가한다.
“첼로 모자 만들어주기!”
첼로 모자라는 것이 있을지 검색해봐야겠지만 게으른 주인은 무작정 집에 있는 모자부터 꺼내다 가늠해 본다.
턱없이 부족하다. 쓰고 나갔다가는 없어질만한 길이다.
그러나 떠오른 생각, ‘안 되면 내가 만들어주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모한 짓이었다.
그래도 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털실 사러 나가는 건 일사천리이다.
털실 가게 문 닫는 것을 보류해 준 친구 덕분에 털실 가게 사장님에게 아무것도 가늠해보지 않은 채,
“사장님 첼로 모자를 뜰 건데요, 실과 바늘 주세요”라고
질문했다.
쌩초보이며, 빨리 완성시키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어야 했다.
실 컬러 참 곱다는 생각도 잠시, 사이즈를 가늠 못 하고 뜨다 보니 세 번의 실패만에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검색을 해서 조사를 하고 주문을 했어야 한다. 결국 어려워하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 실을 찾아보건만 얼마나 필요할지, 어느 정도의 두께면 가능할지 짐작할 수 없고 마음만 조급해진다.
그러다 판매자와의 여러 상담 끝에 실과 바늘을 골랐다. 딱 한 개의 모자만 만들건대 고급 바늘을 사는 것은 사치라고 할 수도 있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능력이 없으면 장비라도 좋은 것으로 장만해서 수월하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코수가 많다 보니 안뜨기와 바깥 뜨기가 계속 틀리고, 코수를 잘못 줄이면서 모자가 엉망진창이 되어 갈 때마다 혼자 큭큭대며 괜찮다고 위로하는 나는 보니, 학교 때 당했던 선생님의 핀잔이 극복되는 기분이 들었다. 쉬엄쉬엄 해야겠지만 속도도 더디고 잘 못하는 것을 긴장해서 뜨다 보니 온 몸에 근육통이 왔다.
얼추 모양을 갖추긴 했는데 탄성이 없어 그런 것인지, 뜨개질이 너무 느슨해서 그런 것인지 벙벙하다. 주인을 딱 닮았다.
하는 수 없이 중간을 조여 줄 리본을 만들어 달아 주고 다 했다며 22년의 계획 하나를 이룬 것에 흡족해한다.
천년만년 씌워줄 것처럼 만들었는데 이번 주부터 포근한 봄 날씨다.
“우쒸. 주인님아 넘 덥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