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식탁 ep. 09>
비건에 대한 책을 읽는다거나 누군가 채식이 주는 이로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고개를 수도 없이 함께 끄덕인다.
응. 맞아 맞아.. 그래그래.. 채식 좋지..
와.. 저 사람 정말 대단한데??!
딱 거기까지.
나는 채식에 공감을 할 수는 있지만 실천은 죽는 날까지 하지 못할 식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갓 구워내어 바삭하게 익은 푸른빛의 고등어 껍질 위에서 생선 기름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고등어구이나
또는 겹겹이 쌓여있는 무들 사이로 살이 통통하게 들러붙은 토막 난 생선에 내가 젓가락만 가져다 대면 가시 따위는 걸리적거리지도 않게 바로 도톰한 생선살을 한 젓가락 떠내어 양념에 한 번 푸욱 적신 다음 내 밥그릇으로 옮길 수 있는 그런 고등어조림이라면!
그건 고기 못지않은 극강의 쾌락을 선보이는 맛이다.
오늘 아침엔 복합적인 음식 냄새에 잠에서 깼다.
어딘가 고소한 냄새인데 매콤하고 칼칼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냄새들을 밥 짓는 냄새가 통솔하여 이끌어 나가는 듯한 냄새였다.
남편이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주방을 기웃거리며 그 날의 메뉴를 살펴보았다.
"우와! 생선조림인가?"
"응. 고등어조림."
"우왕. 아침부터 폭식해야지~ 이건 또 뭐지?" 하고 냄비 뚜껑을 여는 순간..
헐?!! 미역국???????????
고등어를 다 발라먹기 전에 밥그릇이 비는 건 무서운 일이다.
고등어를 다 발라먹은 후 양념에 밥도 슥슥 비벼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어조림이 밥상에 오르는 날엔 밥 한 공기로 식사가 끝나는 소식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뭐 소식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니까..).
그런데..
고등어조림에 미역국이라니??!!!
언니가 아이를 출산하고 친정집에 와서 몸조리를 하는 동안
나는 우리 집에 매일매일 미역국이 있는 게 행복했다.
그래.. 그럴 수밖에..
남편의 레시피
미역국
냄비에 소고기와 참기름을 넣고 볶는다
소고기가 조금 익어가면 미역을 넣어 볶는다
물을 붓고 간장, 소금으로 간을 한다
다진 마늘은 필수다
고등어조림
냄비에 무를 깐다
무 위에 생선을 올린다
양념장(간장, 고춧가루, 마늘, 설탕, 고추장 아주 조금)을 무와 생선에 바른다
양파를 넣고 무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뚜껑을 덮고 끓인다(세게 끓으면 약불로 줄여 무가 타는 것을 방지한다)
고추와 파를 넣고 양념이 잘 배어들게 계속 약불로 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