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에서 연남동으로
강원도에서 살 집도 이미 정해졌고! 너와 남자 친구의 관계 형태도 바뀔 날이 머지않았네. 전세자금 대출 문제로 혼인신고를 2월에 할 예정이라고 했던가? 네가 가족을 꾸린다니! 기대가 된다. 배려하면서 잘 살 것 같기도 하고 남한테는 배려왕이면서 남자 친구한테는 각종 꼰대 짓을 일삼던 너의 과거 이력이 얼마쯤 걱정스럽기도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도연아.. 결혼생활이란 건 말이다... 라며 인생선배 인척 오지게 하고 싶은데 해줄 말이 없다 없어. ㅋㅋㅋㅋㅋ 그런 건 뭐 한 40년쯤 행복한 결혼생활하신 분들한테나 들으렴 ㅋㅋㅋㅋㅋ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거지 뭐~ 처음엔 서로 맞춰가는 단계라서 많이 싸운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에는 맞춰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아. 나는 나대로, 그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내가 말은 쉽게 했는데, 사실 우리 부부는 설거지를 네가 더 많이 했니, 내가 더 많이 했니.. 이런 쪼잔한 걸로 자주 빈정이 상해서 다퉈. 아니? 심지어 말 몇 마디에 삐져서 둘 다 입을 다물어버리니까 다툼까지 가지도 못해.
"설거지 요즘 계속 내가 했어!"
이 한마디면! 이틀 동안 말 안 하고 냉랭하게 지내기가 가능해. 우린 둘 다 에이형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소리야~ 나도 맨날 했는데!"
"뭐래~ 어제도 오늘도 내가 했는데!!!"
이렇게 대화가 흘러가. 근데 말이야, 사실 설거지는 하루에 한 번으로 끝나질 않잖아? 우린 아마 둘 다 매일 설거지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지. 서로 자기만 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이곳은 금요일 밤이야. 내일은 전에 말한 내 블로그를 구독하던 그 언니네 집에 초대를 받았어. (이봐! 역시 중남미는 초대를 많이 하지?ㅋㅋㅋㅋ) 그 언니랑 친한 다른 부부도 함께 보는 건데, 그 집은 남편이 파나마 사람이라서 아마도 내일은 오랜만에 스페인어를 잔뜩 써야 할 것 같아서 조금 긴장돼. 특히 나는 파나마 사람들이 하는 스페인어를 정말 못 알아듣거든! 과테말라에서 쓰는 스페인어는 또박또박 발음하는 반면 여기는 뭘 그렇게 웅얼웅얼거리면서 말하는지.. 말끝을 항상 흐리고 묵음 처리하며 발음하지 않는 건 또 왜 이렇게 많아~ 마치 90년대 랩 vs 요즘 랩 같은 느낌이랄까. 90년대 랩은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데, 요즘 랩은 가사를 찾아보지 않으면 알아듣지를 모르겠더라고. 아무튼 아주 오랜만에 마트 캐셔 직원 외에 다른 사람이랑 스페인어로 말을 섞을 것 같아! 즐거운 점심식사가 되길 기대하는데 어쩌면 듣기 평가 같은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는 어떤 주말을 보냈을지, 그럼 답장으로 너의 소식 기다릴게!
p.s. 시간 날 때 답장 좀.
파나마에서 채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