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토스트

<아내를 위한 남편의 식탁 ep. 03>

by 강채리



세차게 창문으로 빗방울이 부딪는 아침은 나른하다.


이보다 더 게으를 수는 없을 만큼 게으르게 살고 있는 요즘이지만,

비 오는 소리에 잠에서 깬 오늘은

평소보다 더, 있는 힘껏 게으르며 나태해지고 싶은 아침이다.


남편도 나도 침대에 뭉개고 누워있다.


"그냥 토스트 먹고 싶다. 기본 토스트! 식빵 그냥 구워서 버터랑 잼만 발라서 먹는 거. 뭐 말하는지 알지, 오빠??!"


"계란물 안 입히고?"


"응! 그냥 바삭하게 굽는 거! 거기에 커피 마시면 좋겠다."



나는 비가 그치기 전에 서둘러 아침을 먹자고 재촉했다.


토스트에 커피는, 어쩐지 비가 내리는 이 아침에 꼭 어울리는 것만 같아서.



둘이서 먹는데 식빵이 4장이라면

상식적으로 두 개씩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기본 매너는 있는 사람인데 내가..

나도 모르는 새, 나는 세 번째 식빵을 입에 넣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물 때 나는 '바스락-' 하는 소리가

미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만족시킨다.





나는 뭐든 '기본의 맛'을 좋아하는 편이다.


김밥도 기본 김밥이 좋고

한식에 치즈를 얹는 건 딱 질색이다.


밥도 다른 곡식이 들어가지 않은 흰쌀밥이 좋고,

떡볶이에 대왕 오징어튀김이나 차돌박이까지 올려 먹는 건 아무래도 오버라고 생각하는 취향이다.




빵은 임신한 이후로 먹기 시작해서 나의 예시는 죄다 한식뿐이다.


빵에 대한 나의 취향도

한식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비 내리는 아침.



근사한 클래식 제품은 세월이 흘러도 멋있듯,

맛있는 '기본의 맛'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남편의 레시피


토스트기가 없으므로 식빵을 오븐에 굽는다 (오븐에 그려져 있는 식빵 그림에 타이머를 맞춰도 방심하면 금방 타버리니 주의해야 한다)

버터는 얼려둔 것뿐이라 조금 아쉽지만 갓 구운 빵에 얹으면 금방 사르르 녹으니 얼린 버터도 괜찮다

버터 위에 달콤한 잼을 얇게 펴 바른다(집에 있는 잼은 살구 맛 한 가지뿐이라 이것도 아쉽지만 그래도 맛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메밀국수에 초밥은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