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꽃을 품고 장미처럼 피어오른다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2022)>

by 체스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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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배우를 꿈꾸는 명문가의 아가씨 강가. 강가는 어느 날, 영화 제작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남자친구를 따라 부모님 몰래 뭄바이로 향한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낯설고도 이상한 장소. 수많은 헐벗은 여자들이 대낮인데도 침대 위를 굴러다니며 드르렁 코를 골고 있었다. 남자친구에게 여기가 정말 제작자가 있는 곳이 맞느냐 묻지만, 곧 만날 수 있을 테니 기다리라는 말만 하는데. 이내 화장실이라도 다녀올 테니 잠시 앉아있으라는 그. 용변이 급하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래, 자기. 어서 다녀와. 나 무서우니까 너무 오래 다녀오지는 말고.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는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영화 제작자라는 사람은 알고 보니 마담, 그러니까 포주였으며, 이 이상한 곳은 바로 매음굴이었던 것이다. 영화 데뷔는 무슨, 강가는 애인이라는 놈에게 낚여 물건 취급으로 매매 당했을 뿐이었다.


절망한 강가.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 방법은 요원하다. 집에 연락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몰래 집을 나가서 나 유곽에 팔렸어요ー라고 말한다면, 아아, 결과는 뻔하다. 오히려 가족에게 목이 꺾이리라. 강가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 뿐이었다. 매춘부가 되는 것. 잔혹했다.


하루아침에 귀한 댁 아가씨에서 길바닥으로 추락한 강가. 분명히 며칠 전까진 세상 태평하게 미래를 꿈꾸고, 춤을 추며 저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거늘, 지금은 낡아빠진 홍등가 문 앞에 서서 도축된 돼지 마냥 내 몸뚱이를 씹어 잡술 사람을 기다리고 있구나.


하지만 이대로 삶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이제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 강가는 이 삶을 인정하기로 한다. 떠나버린 세월을, ‘강가’라는 이름에 제사를 지내는 그녀. 이름을 쓴 종잇조각을 직접 불에 태우며, 제 이름은 이제부터 ‘강구’라 말한다. 부모님이 지어준 신성을 떠나, 손님이 지어준 이름이 된 그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결코 굴복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새로운 삶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었다. 포주와의 기싸움 속에 악질 손님을 받게 된 강구. 심한 폭행을 당해 입원까지 하지만, 사창가의 사람이란 이유만으로 병원에서는 제대로 된 병실을 내어주지도 않는다.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나 또한 사람이거늘 어찌 이런단 말인가? 절망하는 강구. 그러나 죽을 수도 없고,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은 더더욱 자신에게 못할 짓이다. 일단 이 일의 원인부터 찾아보자. 남자친구는 현재로서 어떻게 할 수도 없으니 일단 내버려둔다 치고, 일단 나를 이 병원 창고 구석탱이에 들어가게 만든 원인이 무엇이냐? 병문안을 온 친구들이 말하기를, 그녀를 입원하게 만든 손님은 유명한 범죄자로, 뭄바이의 왕이라 불리는 마피아 ‘라힘 라라’의 부하라고 한다. 그래, 라힘 라라란 말이지. 그의 힘이 있다면 충분히 복수를 하고도 남겠구나.


직접 라힘 라라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강구. 사실 마피아 보스를 찾아가서 ‘당신 부하가 날 이렇게 만들었으니 책임져!’라는 소리를 하는 게 보통 사람의 발상은 아니다. 그녀의 사연을 들은 라힘 라라는 알겠다, 부하 잘 챙기고 당신 병원비 정도는 내주겠다ー대답하는데, 강구는 그에게 말한다. ‘병원비는 필요 없습니다. 그건 내가 감당할 일이죠.’ 이 당찬 여인에게 감명 받은 라힘 라라. 이 사람,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다 직감적으로 느낀다. ‘그렇다면 누이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소?’ 한 순간에 마피아 보스의 마음을 끌어당긴 강구. 라힘 라라와 형제의 연을 맺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말겠어!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지만, 불꽃 같은 의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한 여인의 일대기이다. 유곽의 여인이 쉽게 마피아 보스를 만나고, 또 너무나도 쉽게! 그의 우정을 받게 되고, 또 너무나도 쉽게! 그의 도움을 받게 된다는… 그런 스토리의 짜임새 면에서는 다소 허술한 면이 있지만, 수없는 역경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강구’라는 캐릭터의 강인함으로 관객을 매료해 결국 끝까지 보게 만든다. 그렇다. 그야말로 ‘캐릭터가 다 살린’ 내용인 것이다.


그럼 캐릭터 밖에 볼 게 없다는 얘기냐? 이렇게 묻는다면 그렇다, 사실 좀 그렇긴 하다. 하지만 이건 한 캐릭터의 일대기이고, 그가 최고인데, 그럼 뭐 볼만하다 여겨도 되지 않겠습니까ー라는 게, 수줍지만 필자의 생각이다. (너무 안일한가? 이딴 게 리뷰냐고 물으셔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세상 밑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결코 자신을,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박차는 그녀를 보자면, 주눅든 하루에 가슴을 펴고 당당히 걸어야만 할 것 같은 고양감과 힘이 내 숨 속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다. 즉, 짊어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조금 더 적극적이고 담대한 태도로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ー하는, 우울한 내 창문 안으로 순풍이 들어오게 해준 작품이다. 꺾이지 않고 세상을 마주하는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버티고 있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아니, 반드시 나아갈 거야! 하는 외침이 절로 나오게 된다.


바닥에 내동댕이쳤음에도 끈질기게 기어올라 마침내 날개를 펴는 그녀, 강구의 모습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 어려운 시기 여러분께서도 전달 받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으로 추천해본다. 불꽃을 품은 장미가 독자님의 마음에도 정열을 전해주길 바라며, 이번 주의 영화로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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