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시나리오(Dream Scenario, 2023)>
대학 종신 교수라는 것 빼고는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해 항상 주눅이 들어 살던 폴(니콜라스 케이지). 책도 출판하고 싶고, 남들 다 가는 파티에도 끼고 싶고 원하는 건 많지만, 삶이 언제나 그렇듯 바라는 대로 되는 게 단 하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폴에게 말을 걸어온다. “당신이 내 꿈에 나왔어요!” 그것도 한둘이 아니다. 오래 전 헤어진 연인, 수업 때마다 딴짓거리에만 열중하던 학생, 가게 점원, 나중에는 전국의 사람들이 폴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뭐? 내가 당신들 꿈에 나왔다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그들이 말하기로, 폴은 꿈에 등장해 멀뚱멀뚱 그들을 바라보기만 한단다. 아니면 제 연구에나 집중하든지. 뭐 대단한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의 꿈에 한 사람이, 그것도 실존하는 한 사람이 존재한다니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일로 폴이 유명세를 타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서나 주목은커녕 시시한 놈이란 소리나 듣던 삶은 이제 끝이다. 내 세상이다!
하지만 유명세에 기쁨만이 따를 수 있으랴? 꿈속에서 그저 방관만 하던 폴의 존재는 점점 변질된다. 누군가에게는 성관계의 대상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살인마가 되었다. 그리고 점점 모두에게 폴은 ‘악몽의 화신’ 같은 존재로 낙인찍힌다.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당연히 매장, 더해서 가족과도 점점 멀어지는 폴. 그저 유명해지면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오해를 풀 길을 점점 사라져만 간다. 과연 폴은 어떻게 될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드림 시나리오>. <미드소마>, <유전>으로 유명한 아리 애스터도 참여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꽤나 기묘한 주제에 아름다운 연출이 더해졌다. 하지만 <드림 시나리오>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연출, 그리고 유명세의 희비극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이 작품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중의 무의식이 어떻게 한 사람을 만들어내고, 어떻게 소비하며, 어떻게 그를 밀어내는가?
즉 <드림 시나리오>는 단순히 한 인물의 몰락을 다루는 게 아닌 우리가 매체의 어떤 인물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그 이미지가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고 버려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꿈에 나왔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는 인물이 어느새 사회 전체의 불쾌한 존재로 전락하는 흐름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단 우리 모두의 안에 있는 대중 심리의 원초적 본능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꿈’이라는 설정은 이 모든 걸 가장 효과적으로 상징하는 도구가 된다. 꿈은 무의식의 영역이며,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또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정해 보이지만, 바로 그 무분별한 확장성 때문에 더없이 위험한 매체가 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 폴은 실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와 무관하게 사람들의 꿈속 이미지로 평가받고, 그 이미지는 그를 구성하는 유일한 진실처럼 소비된다. 따라서 작품 속 꿈은 단지 흥미로운 설정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곧잘 ‘프레임’이라는 말로 치환되는 현대 대중심리의 거울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드림 시나리오>는 단순히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한 남자의 흥망성쇠’를 다룬 영화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 안에 얼마나 많은 ‘프레임’이 있는가를, 그리고 그 테두리가 언제든지 누군가를 스타로, 또 악몽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드림 시나리오>는 꿈을 말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