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주 차가 되며 슬슬 차차의 성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차차는 여자아이 일까 남자아이 일까? 우선 나는 아들일 것으로 생각 중에 있고, 남자친구는 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자친구를 본 사람들은 남자친구의 인상이 ‘딸 아빠’라고 쓰여있다며 딸일 것 같다고 한다. 나의 친한 언니들은 딸이었으면 좋겠지만 왠지 아들일 것 같다며 모두 아들에 한 표씩 던졌다. 물어보는 사람마다 모두 박빙이다. 예전에 어린아이일수록 뱃속 아이의 성별을 잘 맞춘다고 하여 주변에서 어린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이모 뱃속에 있는 아이는 여자야 남자야?’ 하고 물어보지만 모두 다 대답이 다르다. 차차는 남자아이니 여자아이니?
그러던 중 아마존에서 GenderBliss라고 하는 성별 예측기를 샀다. 소변으로 테스트를 하는 이 도구는 성별 검사기 아니라 ‘예측기(Prediction Kit)'라고 이름이 되어있고, 상품설명서에는 For entertainment purposes only, 즉 재미 요소일 뿐이라며 ’ 맞으면 좋고 아님 말고 ‘를 아주 명백하게 적어놨다. 이렇게 해놓으니 이 예측기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직구를 안 할 수 없었다. 일주일 기다리고 예측기가 도착했고, 드디어 소변을 소량 받아 테스트기를 해보았다! 결과는, 딸을 의미하는 붉은색이 나타났다. 포장지에 보여 있는 것만큼 새빨간 붉은색은 아니지만 푸른기 보다는 붉은기가 더 도드라지는 색이 나타났다. 이제는 한 달 기다려서 이 예측기가 맞는지를 보는 게 나의 포인트이다. 차차는 여자아이니 아니니?
사실 차차의 성별이 가장 궁금한 이유는 나의 성별에 관한 선입관이 두렵기 때문이다. 아들 둘에 고명딸로 태어나, 심한 남아 선호사상의 피해자로 자라며 아들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못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딸에 대해서 모든 것이 다 좋고 잘 안다고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결함이 내 딸에게서 보인다면 너무 엄하게 대하진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이렇게나 불안정한 나인 상태로 엄마가 되어도 되는 걸까? 나의 사촌언니는 엄마가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마음수양을 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해준 적 있다. 오늘도 다시금 언니의 말을 되새기며 아이의 성별이 어떻든 일관적인 가치관으로 대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한 달 후, 차차의 성별을 알게 되면 요즘 유행하는 성대한 Gender Reveal 파티 대신 인터넷에서 작은 성별 복권을 사서 주변인들에게 나눠주고 해보게 하고 싶다. 아이의 성별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큰 차이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이렇게 작은 차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도 깨닫게 하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작은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맞았든 틀렸든 차차로 인해 모두가 한번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