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로벌 기업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로 약 10년을 일해왔다. 하지만 퍼포먼스 마케팅의 경우, 나날이 발달하는 AI의 영향으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분야이다. 또 나는 육아를 계획하고 있었으니, 육아 경력이 이력에 도움이 되는 일을 준비하며 인생 두 번째 커리어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조카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고, 어린이들을 가까이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아동 교육에 관심이 생겼다. 특히나 아동 영어 교육에 관심이 급상승하여 TESOL 자격증도 취득하고 여러 강의를 찾아 듣기 시작했다. 가장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아동의 그림책을 활용한 영어교육이었다. 다행히 먼저 아이들을 일찍 키운 사촌언니가 이쪽 일을 시작하고 직접 겪은 경험과 조언들을 나눠주어, 나도 조금씩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차차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시작하려던 일의 계획을 조금 미루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차차에 대한 나의 교육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교육관에 대해서 사실 나는 매우 걱정이 많다. 깡시골에서 자라서 비평준화 교육과정을 겪으며 특별한 사교육 없이 외고에 진학하고 미국 유학을 혼자 준비해서 떠나고 무사히 졸업하기까지 나는 꽤나 높은 기대와 많은 압박을 견뎌왔고, 이로 인해 남들보다 기대치가 높은 편이었다. 이 부분도 사실 잘 모르고 있었으나 남자친구와 이야기하며 크게 느끼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동생들의 공부를 도와줄 때도, ‘이걸 왜 몰라?’ 라는 말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었다. 조카들과 생활하며 깨우친 바로는, ’이걸 왜 몰라?‘는 교육자로써 정말 최악의 자세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육아에 있어서 미리 교육관을 정립하는 편이 차차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좋을 것으로 생각되어서 한동안 유튜브를 찾아보고, 남자친구와 이야기하고, 아버지와도 논의를 하고, 또 나의 영원한 멘토 사촌언니의 조언을 구하며 결론을 내려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가까운 주변만 보더라도 중학생 때부터 과외를 처바른 내 두 남동생들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심지어 3수를 할 때에도 사교육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주입식 교육에만 매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무언가를 나서서 도전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실패에 매우 약한 부분이 보였다. 반면에 나와 사촌들은 깡시골에서 스스로 공부하며, 계속해서 도전했고 현재도 다들 2개 국어는 기본으로 3개 국어, 4개 국어를 하면서도 아직까지도 여러 가지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자기 주체적인 태도는 스스로 필요를 느끼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푸시하는 대신, 스스로 하고 싶고, 때가 왔을 때 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단단하게 세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단단한 초석을 위해 내가 노력할 부분은 3가지로 정리했다. 1)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할 수 있게 해 주기 2) 영어와 외국어에 대한 흥미 유도해 주기 3) 기초 체력 키워주기. 내가 살면서 공부하면서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 점들을 추려보니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가 되었다.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읽도록 강요하는 대신, 내가 먼저 나서서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한다. 또한 매일 최소 3~5권 정도는 꼬박꼬박 읽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부분은 아픈 날에도 울면서 삼 남매에게 책을 꼭 읽어줬던 사촌언니의 책육아 방법을 직접 보고 느낀 바가 컸다. 책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사고능력과 논리력이 커지고, 나중에 예체능 등 다른 진로를 향하다가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되더라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또, 영어와 외국어에 대한 흥미가 있으면 세계가 무섭지 않고, 즐겁게 배울 수 있다. 앞으로 더더 좁아질 세계에서 아무리 번역기가 발달한다고 해도 즉각적으로 소통을 하는 영어 능력은 필수라고 여겨진다. 그런 만큼, 한국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세상을 즐길 수 있도록 영어 및 외국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키워주고 싶다. 이 부분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이므로 자연스럽게 잘 이루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세 번째로 기초 체력은 인내심과 끈기, 지구력, 그리고 인성과도 연관되는 부분임으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나 또한 달리기를 시작하며 체력이 길러지고 그러다 보니 인내와 너그러움이 조금 자랐다. 수학은 못하더라도 체력은 좋은 아이로 자란다면,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할 때 이 체력을 바탕으로 몰두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수학능력 대신 기초체력을 마지막 요소로 꼽았다. 다만 이 부분은 내가 자신 있는 부분은 아니라 체력 좋고 인성 좋은 남자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볼 부분이기도 하다. 추가적으로 차차가 공부에만 너무 얽매이지 않도록, 차차 교육에 내가 너무 욕심내지 않도록 남자친구와 사촌언니에게 미리 내가 그런 조짐이 보이면 언제나 적극적으로 이야기해달라고 부탁까지 해놓았다.
이 세 가지 초석을 마련해 주고, 다양한 부분에 대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다 보면 차차도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발견했을 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만에 하나, 혹여 다른 길로 방향을 전환하더라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영문과에서 회계학으로, 그리고 마케팅에서 유아교육으로 여러 번 전공과 포커스를 바꿔왔던 나의 경험을 통해 차차에게 바라는 최종 목표는 차차가 변화와 도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더라도 잘 받아들일 수 있기를. 더 나아가 실패에 좌절하더라도, 금방 기운 내서 다른 길을 찾아보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이 세 가지 초석들이 견고해질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이 글을 읽어 다짐을 굳건히 하고 마음에 되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