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 차부터 집 근처 요가원에서 열리는 임산부 요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평소 달리기, 필라테스 같은 동적인 운동을 선호하기도 하고, 몸은 유연한 편이기는 하나 발 아치가 높고 발목이 약해 중심잡기에 특히나 취약한 나로서는 요가는 그렇게 선호하는 운동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임산부라 다른 운동 등록이 어려웠고, 그렇다고 자주 했었던 필라테스를 1:1 클래스로 끊자니 금액이 너무 많이 들었다. 좀 더 인터넷을 찾아보니 임산부 요가 추천이 유독 많았다. 그 이유가 아무래도 자연분만을 할 경우를 대비한 유연성을 기를 수 있고, 또 임신을 할 경우, 부종이 심해지고 뼈 구조도 틀어지기 쉬운데, 요가를 통해 잘 정돈할 수 있다는 후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요가 도전 결정! 주변에서 추천받은 요가원에 등록을 하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임산부 요가다 보니, 크게 어렵고 과도한 동작은 없었다. 주로 비틀기와 같은 스트레칭이 많아 초보자인 나도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또 스트레칭 위주이다 보니 하고 나면 너무너무 개운했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16주 이후로 입덧이 끝나며 심한 편두통에 시달려서 참고 참다가 타이레놀을 한 알씩 먹곤 했었는데, 요가를 하는 날은 하루 종일 머리도 아프지 않고 평온했다. 역시 운동은 사람을 구원한다! 부종과 편두통에 효과를 맛본 이후로 일주일에 세 번씩 수업을 꼬박꼬박 나가고, 심지어 일주일 중 요가하는 날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다만 18주에 들어서며 하루하루 단단하게 나오는 배로 인해 임신 전에 입던 레깅스가 불편해 임산부용 레깅스를 구매하였더니 배 전체를 부드럽게 덮어주어 운동 중 내려가거나 접혀 배를 조이지 않아 좋았다. 요즘 나는 주변 임산부들에게 임산부 레깅스와 임산부 요가를 널리 널리 퍼뜨리고 있다.
평온하게 요가 수업을 듣던 18주 차의 어느 날, 열심히 수업을 듣고 누워서 호흡 고르기를 하고 있는데 장 쪽이 꿀렁꿀렁거리기 시작했다. 과민성 장염 및 임신성 설사로 장이 자주 꾸룩꾸룩 거리는 편이었으나 평소와 느낌이 달랐다. 꾸룩꾸룩이 아닌 꿀렁꿀렁이었다. 게다가 통증이나 꾸르륵 소리도 전혀 없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누운 상태로 배 위, 꿀렁꿀렁거린 배꼽 약간 아래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톡’ 하고 치는 느낌이 났다. 비로소 이게 뭔지 깨달았다. 차차의 첫 태동이었다! 너무 놀랍고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차차가 성실하게 태아 발달 과정을 거치며 내게 첫 하이파이브를 건넨 순간이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예민한 임산부는 16주에, 일반적으론 18~20주 즘 태동이 느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산부인과 검진을 갔다 온 지도 꽤 되었고, 또 태아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잘 지내는지, 괜찮은 건지 많이 궁금했는데 이제 차차의 상태를 느낄 수 있는 시기가 시작되어 무척 반가웠다. 차차와 나만의 소통 방법이 생긴 느낌이었다. 남자친구에게 바로 연락해서 자랑을 했더니 본인도 느껴보고 싶다며,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는 답이 왔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차차가 더 많이, 더 자주 태동을 보내겠지. 남자친구도 차차의 아빠로서 얼른 이 신비로운 느낌을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차차야 앞으로도 더 힘내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