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법 제32조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의 입소대상, 입소절차, 입소 비용 및 임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노인복지주택의 입소자격 등은 법 제33조의 2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노인주거복지시설의 입소대상 등은 보건복지부가 규제하고, 그중 특별히 노인복지주택의 입소대상 등은 더 엄격하게 국회가 법률로 규제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행규칙과 법률이 정하는 노인복지주택의 ‘입소 자격자’(노인복지법상 ‘60세 이상의 노인’을 지칭하는 용어다)는 60세 이상의 자로 같지만, 보건복지부령인 시행규칙은 단독 취사 등 독립된 주거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60세 이상의 자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다른 노인주거복지시설은 그렇지 않더라도 노인복지주택은 건강하지 않은 노인이 입소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60세 미만의 배우자, 입소대상자가 부양을 책임지고 있는 19세 미만의 자녀 또는 손자녀는 입소대상자와 ‘함께’ 입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예외 규정은 같다. 뒤집어 해석하면, 건강하게 들어와 살다가 독립된 주거생활이 어렵게 되면 자기 집이라도 퇴소해야 하고, 손자나 손자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동거 아니고서는 단독으로 입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입소자격 등에 관한 규정은 노인복지주택 제도가 우리나라의 전통과 사회적 환경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사실 이러한 규제 규정은 노인복지법의 목적(제1조)과 기본이념(제2조), 그리고 가족제도의 유지·발전(제3조) 규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법대로 하자면 노후의 안정된 생활을 기약할 수 없고,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에 따른 건전한 가족제도의 유지·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소자격, 나이, 거래 등 규제 철폐 후 다시 되풀이되는 똑같은 규제
규제는 합리적이고 형평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해관계자간의 불만을 낳게 되고 정책의 신뢰도는 추락을 면하기 어렵다. 잘못된 정책이 경직되고 편협한 사고의 틀(frame)에 갇혀서는 곤란하다. 국가는 유감스럽게도 유독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 대하여 도입 이후부터 현재까지 줄곧 이러한 규제의 올가미 속에 가둬두고 있다. 갈라파고스 증후군 처럼 더 이상의 진화를 멈춘채주택시장의 기형아 신세가 되도록 방치하고 있다. 일부 규제 완화가 있었다. 문제가 된 부분을 도려내는 해법이었다면 그런 문제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상식이고 진전이다. 실상은그렇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2011.3.30일 노인복지법 부칙을 신설하여 입소자격 등에 관한 규제를 철폐한 조치가 이루어졌다. 그 내용은 2008.8.4일 이전에 건축법에 의한 건축허가 또는 주택법에 의한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노인복지주택은 입소 자격자가 아닌 자에게도 양도(매매·증여나 그 밖의 소유권 변동을 수반하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또는 임대할 수 있고, 60세 미만인 입소 자격자가 아닌 자도 입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입주할 수 있고, 거래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일단은 환영할 만한 개선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기준일 이후에도 계속 설치되었지만 종전의 제한 규제는 그대로 적용되었다. 왜냐하면, 2008.8.4부터 2015.7.28일까지 설치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제, 즉 나이 제한, 입소자격 제한, 거래 제한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간과한 법률 개정이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입소자격 등에 관한 규제 철폐는 설치 시기와 상관없이 모든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 적용되도록 조치했어야 했다. 같은 유형의 주택에 대하여 별도의 기준일을 정하여 적용을 달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시설의 장은 시설을 운영규정에 따라 운영
이제 노인복지주택의 운영과 관리에 관하여 관련 법령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공동주택에는 관리규약과 입주자대표회의가 있고, 집합건물에는 관리규약과 관리위원회가 있듯이 노인복지주택에는 운영규정과 운영위원회가 있다. 운영규정과 운영위원회는 모두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로 규정한 ‘노인주거복지시설의 운영기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으로 노인복지주택의 운영관리를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로 정하고 있다. 운영규정부터 보자. 운영규정을 작성하는 자는 시설에 상근하면서 운영관리의 책임을 담당하는 시설의 장이다. 그는 조직, 인사, 급여, 회계, 물품, 그 밖에 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규정(=운영규정)을 작성하여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운영규정에 포함하여야 할 사항은 입소정원, 모집방법, 입소계약에 관한 사항(계약기간, 계약목적, 입소보증금, 월 이용료, 계약의 해제, 입소보증금의 반환 등), 운영규정의 개정 방법 및 절차, 운영위원회 또는 운영간담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 등 12가지가 나열되어 있다. 이런 내용을 보면 대부분 임대형에 적용할 사항이지 분양형 노인복지주택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어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운영규정에는 담을 만한 사항이 거의 없다. 모집, 계약 등은 임대형일 경우 필요한 일들이지 분양형에는 해당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운영규정의 내용이 허술할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은 각 관리규약을 정할 때 참고하도록 하는 관리규약준칙이나 표준규약이 있지만, 노인복지주택은 그러한 모델이 없다. 운영규정이 자의적이고 임의적으로 작성될 소지가 적지 않다. 그렇더라도 시설의 장은 운영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시설을 운영하여야 한다.
운영위원회의 구성과 기능은 사회복지사업법으로 규정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운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입소자로부터 입소 비용 전부를 수납하여 운영하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시설의 장, 직원, 가족 대표, 입소자 대표 및 노인복지명예지도원으로 구성된 운영간담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고 시설의 장은 입소자의 상황, 서비스 제공 상황 등 시설의 운영과 관리비 등의 내용을 정기적으로 운영간담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노인복지명예지도원이란 그 분야에 식견이 있는 인물 중에서 시장이 노인복지법에 근거하여 위촉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운영위원회의 기능과 구성에 관하여는 사회복지사업법이 정하는 규정을 적용하여야 한다. 이 법에 따르면, 시설의 장은 법으로 정하는 사항(7가지)을 심의하기 위하여 시설에 운영위원회를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운영위원회는 시설의 장이 두는 기구이다. 그리고 운영위원회는 의결기구가 아니고 심의기구이다.
운영위원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입주민들이 위원 전원을 직접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거주자 대표나 거주자의 보호자 대표 정도를 선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운영위원은 아무나 될 수 없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처럼 입주자들로만 선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운영위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다음 8가지로 한정된다. 1. 시설의 장, 2. 시설 거주자 대표, 3. 시설 거주자의 보호자 대표, 4. 시설 종사자의 대표, 5. 해당 시·군·구 소속의 사회복지업무 담당 공무원, 6. 후원자 대표 또는 지역주민, 7. 공익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8. 그밖에 시설의 운영 또는 사회복지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이다. 그렇지만 같은 호에 해당하는 위원이 2명을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 운영위원회 위원은 이처럼 각호별 위원 수에 제한이 있는 반면, 운영간담회는 같은 호에 해당하는 위원 수의 상한은 없다. 그리하여 운영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하여 5명 이상 15명 이하로 구성한다. 입주자의 운영위원회 참여 폭이 지극히 제한되고 – 실질적으로는 어렵겠지만 - 오히려 외부인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개연성도 없지 않다. 자칫 의사결정이 입주자들의 생각과 다르게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입주자들은 불편하고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유재산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이 왜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타당한 근거나 설명은 없다. 이 내용을 이렇게 장황하고 상세하게 소개한 이유는 이러한 규정을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 적용하도록 하고 불합리하게 운영·관리하는 것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분양형 주택에서 무슨 사회복지사업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