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싸움에 관리주체가 끼어드는 게 맞는가
층간 소음, 언제부턴가 공동주택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주요 민원 중 하나가 되었다. 간단히 넘어갈 수 없는 사회적 이슈다. 우리 집도 종종 겪는 일이기도 하다. 아내가 승강기를 타다가 우연히 윗집 아주머니와 맞닥뜨리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짧은 인사 후 직접 면박을 주고 왔다는 말도 들었다. 그분은 그래도 죄송하다며 순순히 인정하고 고개를 꾸벅하더란다. 뉴스를 보면, 분을 참지 못하여 극단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 사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언제 들어도 섬뜩하기만 하다.
주변에서는 층간소음 갈등을 겪다가 결국 이사를 가는 경우도 보았다. 피해자라며 관리사무소를 찾아온 사람은 아랫집에 사는 중년 남자였다. 아이들 뛰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문 닫는 소리,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 등등. 그동안 소음과 관련되는 일들을 일지형식으로 빼곡히 적어가지고 왔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협조를 구하고자 찾아왔다고 하였다.
미리 약속한 날에 가해자라고 지목한 바로 윗집을 방문해 보았다. 아주 젊은 아주머니가 아들로 보이는 꼬마와 함께 있었다. 의자를 끄는 일 없고, 의자 다리밑에 소음방지용 탭을 붙여놓은 모습도 보여주었다. 아랫집 아저씨가 너무나 신경이 예민한 것 같다며 자신도 힘들다고 하소연하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무섭다며 결국 이사를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한 공동주택관리법은 제3조에서 국가 및 지자체와 관리주체, 그리고 입주자 등의 의무사항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입주자 등은 공동체 생활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이웃을 배려하고 관리주체의 업무에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선언적이고 두리뭉수리한 표현이다. 그렇지만 특히 층간소음과 세대 내 간접흡연의 경우는 진작부터 별도 조항을 두고 점차 규제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그로 인하여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층간소음에 관하여는 발생빈도와 사회적 심각성 등을 고려하여 제도개선이 빨라지고 있다. 피해 민원이 제기되면, 우선 관리사무소에서 소음 발생 세대에 전화를 하거나 방문을 하여 자제를 요청하는 것이 그동안의 일반적인 대응방식이었다. 거기까지였다. 2024년 10월부터는 한 발짝 더 나아가도록 법령이 개정되었다. 공동주택의 규모가 700세대 이상이라면 의무적으로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이웃 간 분쟁인 층간소음 민원을 가급적 마을 내에서 자발적으로 해결하도록 권장하는 모양새다.
제도가 구체화되고 개선되는 것은 일응 바람직한 일이지만, 문제점 또한 없지 않다. 지난 1년간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운영해 본 결과 느낀 소회가 그렇다. 세 번의 회의가 있었다. 위원회를 개최하였다는 것은 층간소음 민원이 접수된 후 1차로 관리사무소가 관리규약에 따라 중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상황이 종결되지 않고 지속되었다는 뜻이다.
위원회가 개입하였지만 원만하게 해결된 사례는 없었다. 대개는 위아랫집 간에만 티격태격했던 소음 문제가 드디어 위원회를 통한 분쟁조정 절차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공식화 하는 정도의 노출 효과라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회의를 개최할 정도라면 벌써 당사자 간에 한바탕 언쟁이 있었고, 그만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된 다음이다. 조정자 역할을 담당하는 위원들이 민원인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대안을 제시해보기도 하지만, 당사자간의 인정과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혼자 속에 담고 있던 말을 위원들에게 실컷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후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다.
하고싶은 말은 관리주체의 애로다. 일단은 민원창구 역할을 하고, 윗집에 자제를 부탁하는 피해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정도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관리소장이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위원회 운영에 관한 행정지원을 담당하도록 한 현행 제도는 문제가 있다. 감정싸움이나 다름없는 이웃 간 층간소음 분쟁에 주택의 유지관리와 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주체가 왜 개입해야 하는 걸까. 그런 능력과 역량도 갖추라는 요구인가. 사람들의 심리와 심성까지 관리하기란 참으로 버거운 일일뿐만 아니라, 업역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뭔가 다른 장치, 전문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