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택시를 안 타려고 온 갖가지 검색을 했다. 추천 경로는 호텔에서 스스키노까지 걸어가서 스스키노에서 삿포로역까지 두 정거장 지하철을 타는 거였는데, 지하철을 타는 거리가 1km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스스키노까지 거의 800m를 걸어가야 했다. 그것보다 대중교통을 타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는데, 삿포로의 하루는 날씨가 변화무쌍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낮에는 따뜻하지만 저녁에는 많이 추웠다. 이른 아침 온도는 저녁의 온도보다 낮아서 춥다고 느낄 것이 분명했다.
오전 8시에 체크아웃을 하려고 호텔 로비로 내려왔다. 처음 보는 남자 직원 두 명이 카운터에 있었다. 오른쪽 안경을 쓴 직원에게 가서 체크 아웃을 하며 택시를 타고 싶다고 말했더니 택시 회사에 대신 전화를 하여 콜택시를 불러줬다. 10분 정도면 온다고 했는데 3분도 되지 않아 호텔 밖에 도착한 택시는 가볍게 경적을 울리며 왔다는 사인을 보냈다.
은하철도999의 차장이 쓴 것 같은 모자를 쓰고 흰 장갑을 낀 60대 정도의 택시 기사가 내려서 내게 ‘삿포로 에끼(역)?’라고 물었다. 그리고는 ‘제이아루(JR)’라고도 덧붙였다. 내가 맞다고 하자 그는 내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고 자리로 돌아갔다.
택시는 스스키노를 지나 삿포로의 메인 거리를 가로질러 갔다. 처음 삿포로에 오던 날 비가 오며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왔던 그 거리를 너무나도 쉽게 차로 지나니 쉬운 방법을 두고 고생했다는 생각과, 나름 고생스럽지만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기억은 늘 이렇게 미화된다.
택시비가 만 원쯤 (1000엔) 나올 것 같았는데 삿포로역에 거의 도착해서 정차한 마지막 신호등에서 990엔이 되었다. 신호가 바뀌며 우회전을 하니 요금이 1070엔으로 바뀌었다. 기사와 조수석 사이에는 돈을 놓을 수 있는 쟁반이 있었는데(거의 모든 상점에 다 그랬다), 거기에 1100엔을 얹어놓고 내렸다. 애초에 거스름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기사는 내려서 트렁크에서 내 짐을 내려주며 잔돈 30엔(300원 정도)을 돌려주려고 했다. 내가 웃으며 손짓과 함께 괜찮다고 하자 그제야 이해한 기사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나 또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삿포로로 올 때는 홋카이도 JR패스를 썼었고, 이미 만료가 되었기 때문에 다시 공항으로 가는 티켓을 샀다. 이른 아침부터 삿포로역은 출근하는 사람, 여행하는 사람, 나처럼 공항으로 가는 사람 등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복잡했다.
봄의 삿포로를 떠나며 문득 겨울의 삿포로가 궁금해졌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보다는 다음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공항으로 가는 열차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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