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뭐야.”
구글맵은 산속의 무인역인 오쿠오이코죠(奥大井湖上)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바로 앞으로 안내했으나, 정작 그곳에 가니 입구를 막는 사인이 있었다. 뒤따르는 차 없이 입구 주변으로 충분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왕복 2차선 산 중턱의 도로라 이걸 지나치면 얼마나 돌아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찰나에 엄청난 갈등을 했다. 이런 때를 대비하여 내가 늘 마음속에 두는 운전 원칙이 있다. ‘옳은 방향으로’
구글맵이 어디로 안내할지도 모른 채 그곳을 지나쳐갔다. 얼마지 않아 오쿠오이코죠 방향으로 샛길이 나와 차를 돌렸다. 오른쪽으로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왼쪽으로 한 대의 차만 지나갈 수 있는 길 하나가 나왔는데, 워낙 좁고 어두워서 그 길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차를 정차하고 내려서 길을 따라 내려가니 길 끝에 오쿠오이코죠 주차장으로 가는 표지판이 나왔다. 다시 차로 돌아와 주차장으로 가려하니 내 뒤로 20살쯤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차를 타고 뒤따라왔다.
주차장에는 대략 10대 정도의 차를 댈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두 개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는 무인역인 오쿠오이코죠로 내려가는 길, 오른쪽으로는 오쿠오이코죠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내 뒤로 차를 타고 왔던 젊은 남자가 나보다 먼저 전망대로 가는 길로 올라갔고 내가 뒤따랐다. 35도의 날씨 속에 인적 없는 산길을 힘들게 오르며 ‘이게 뭘 하고 있는 건지’라는 생각과 ‘전망대 앞에 차를 댈 수 있었으면 좋았잖아’라는 의미 없는 푸념을 했다.
숨을 몰아쉬며 전망대에 다다르자 내 앞으로 먼저 간 남자와 이미 그곳에 있었던 다른 남자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서 오쿠오이코죠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사진으로 보던 장소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든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런 느낌.
전망대에 간 지 3분도 되지 않아 내가 타고 싶었던 오이가와 열차가 오쿠오이코죠역으로 아주 천천히 들어왔다. 하루에 오고 가는 열차가 딱 10대밖에 없는 타이밍에 맞추어 간 것이었다. 내 앞의 두 남자는 열차 시간을 보고 온 듯 싶었다. 나는 딱 한 모금 남은 물을 탈탈 털어 마시며 숨을 죽이고 열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치 정지한 것 같은 강 주변으로 풀벌레 소리만 가득한 가운데, 기차가 떠나기 전 짧게 내는 경적 소리가 크게 들렸다. 열차는 떠날 때에도 아주 천천히, 천천히였다. 없던 듯 나타났다 없던 듯 사라졌다.
간 김에 오쿠오이코죠역까지 걸어 내려갔다. 철길 난간을 따라 강 위를 건널 수 있었는데 매우 멋진 광경이었지만 이미 소진한 물 생각이 간절할 정도로 덥고, 더웠다. 역의 뒤로 있는 나무 건물에서 손풍기를 쐬며 잠시 쉬었다. 그러다 몇 번은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사진만 보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품다가, 어떻게 갈지 실행 방법을 찾다가, 찌는 듯한 더위를 뚫고 그곳에 가 있는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목마른 상태로 아무도 없는 나무 쉼터 2층에서 멈춰있는 듯한 강물을 내려다보며 낯선 곳의 여름을 온몸으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