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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선껌 Aug 03. 2023

4) 졸지에 난생처음 소 혓바닥 식사

 첫 숙박은 지은 지 얼마 안 된 공항 근처의 깔끔한 호텔에서 했다. 깨끗했지만 위치가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애매해서 차를 가져오지 않는 한 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창 밖으로는 넓게 논밭이 펼쳐진 시골 풍경이 보였다. 멀리 좁은 도로로 작은 차들이 천천히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느린 풍경 안에 있을 때는 조급함이 사라지고, 애초에 조급함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잊게 된다.      

 날씨 예보는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젖히니 비가 부슬부슬 내려 논밭이 젖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식 후 10시에 느긋하게 체크아웃을 한 뒤 호텔과 100미터 떨어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고 했다. 문제는 주유소에 가려면 호텔에서 나와 우회전을 해서 100미터를 가고 다시 우회전을 해서 길 건너에 있는 주유소로 들어가야 했는데, 우회전 신호가 없을뿐더러 왕복 4차선 도로의 무려 두 줄짜리 중앙선을 넘어 비보호 우회전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다(우리나라와 통행 방향 반대). 구글맵은 이런 식의 비보호 우회전을 정말 많이 안내했는데 일본에서는 이게 되는 모양이었다. 일본에서 허용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도무지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아 100m 떨어진 주유소를 무려 3km를 넘게 돌아갔다. 맵이 안내하는 경로를 이탈하면 다시 나오는 안내가 죄다 직진 신호조차 없고, 중앙선을 넘어가는 비보호 우회전이라 난감함의 연속이었다. 다행인 건 전날도 그랬듯 통행하는 차 자체가 많지 않고 다들 천천히 운전해서 나의 당황스러움이 많이 상쇄되었다.  

초행길에서 신호도 없이 왕복 4차선도로의 두 줄짜리 중앙선을 넘어 100m를 간 후 다시 중앙선을 넘는 고난도 코스. 깔끔히 포기.

 공항에서 렌터카를 반납한 후 공항버스를 한 시간 정도 타고 시즈오카 시내로 왔다. 역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 짐을 맡겨두고 점심을 먹기 위해 시즈오카역으로 돌아왔다. 공항 근처의 호텔은 깔끔하고 좋았지만 조식이 썩 입에 맞지 않아 많이 먹지 않은 탓에 많이 배고픈 상태였다.      


 역과 연결된 백화점의 식당가도 가보고, 역에 식당이 몰려있는 곳을 둘러보았지만 그렇게 끌리는 음식은 없었다. 포만감을 줄 고기류가 먹고 싶어 두리번거리던 중 먹음직스러운 소고기구이와 밥, 샐러드가 같이 있는 평일런치세트가 1350엔(약 13,000원)밖에 하지 않는 식당을 발견했다. ‘이거다’ 싶어서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무표정한 여직원이 내게 자리를 치울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일본어로 말했기 때문에 당연히 못 알아 들었지만 그녀의 손짓을 볼 때 그런 내용 같았다. 입구에서 3분쯤 기다리며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싶을 때쯤 그 여직원이 안쪽의 2인석으로 안내했다. 영어 메뉴를 받아 들고 나서야 내가 잘못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Ox Tongue... 그곳은 소 혓바닥(우설, 일본어로 규탄) 구이 전문점이었다. 가게 이름에 적혀있는 牛たん이 소 혓바닥인 줄 알았다면 기웃거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다려서 안내받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민망하고, 먹어본 적 없는 소 혓바닥이 무슨 맛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그냥 주문했다.      


 칼집이 나 있는 큼직한 소 혓바닥 구이 네 점이 접시에 얹어 있었고, 샐러드와 맑은 국이 같이 나왔다. 식감이 아주 쫄깃하고, 구이라서 특유의 불향이 났다. 별로였던 호텔 조식의 맛을 잊을 만큼 정말 맛있었고 후식으로 100엔(10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콩 아이스크림도 시켜 먹었는데 이 또한 맛있었다. 가격과 맛, 모두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였다. 무엇보다도 난생처음 도전한 음식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정말 맛있어서 몹시 뿌듯했다. 

우설요리는 미야기현 센다이의 명물이라고 한다. 내가 멋모르고 시킨 콩 아이스크림또한 센다이의 명물 즌다(초록 콩을 갈아낸 것)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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