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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Oct 31. 2021

2019년 12월 27일

너무 빨리 괜찮아지는 것 같아 이래도 되나 싶다가도 갑자기 너무 비단이에게 안기고 싶고 어리광 부리고 싶어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그 기분에 몰입하다 보면 지금 삶이 너무 하찮아져서 죽으면 비단이를 만날 수 있으려나 잠깐 생각해 보지만 나는 종교도 없을뿐더러 사후세계가 어떨 것이라는 희망은 품고 살지 않아 그마저도 안된다.


단지 더 이상 비단이를 만질 수 없고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은 비단이가 없는 시간이며 비단이는 내가 추억하는 모습으로만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아팠던 모습은 생각하기 괴롭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억지로 약 먹이던 기억, 약 먹는 게 너무 싫어 나를 피해 구석으로 숨었던 순간들,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 입으로 조금씩 흘려 넣는 음식물도 제대로 삼키지 않던 모습, 피오줌을 내내 흘리던 시간들, 쓴 약들, 비틀거리던 모습, 마지막 병원에서 같이 있던 몇 시간, 죽기 전 몇 시간 동안 누워서 짖던 모습, 힘들게 쉬는 숨, 어디를 보는지 모를 시선.


아이러니 하지만 내가 가장 간절하게 집중해서 바라보았던 때가 비단이의 마지막 몇 시간인 것 같다. 머릿속에 그 모습이 너무 커다랗게 들어차 있어서 즐겁고 포근했던 시간들은 흐릿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비단이는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눈은 동그랗게 뜨고 무언가를 보는 듯 눈동자도 움직이고 있었지만 우리를 보는 건 아니었다. 환각을 보고 있었을까 나와 남편을 생각해 주었을까. 비단이가 떠난 지 6일째. 아직 남편과 나의 꿈에 나와주진 않는다.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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