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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Dec 25. 2021

2020년 7월 19일


얼마 전부터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쉬기가 힘들다. 특히 자려고 누우면 답답함이 더 심해져서 한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간신히 잠들곤 한다.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긴 했는데 스트레칭을 해주거나 등을 찜질해 주면 곧 괜찮아졌었다. 이번에는 열흘이 되도록 말짱해지질 않는 게 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요 몇 년의 건강상의 변화를 떠올려보면 갱년기에 들어선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요즘 눈이 너무 안 좋아져서 안과에 가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산부인과에 가서 갱년기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간밤에도 숨을 쉬기가 힘들어 잠을 자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려니 비단이의 마지막 몇 달이 떠올랐다. 처음 폐수종이 왔을 때 얼마큼 숨쉬기가 힘들었던 걸까. 나는 비단이의 고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지 모른다.  떠나기 전 일주일 동안 급격하게 몸이 안 좋아지면서 마지막 날에는 산소 줄로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때 비단이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힘들었을 텐데 우리 때문에 한 번에 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힘들게 몇 시간 숨 쉬며 짖다가 떠나보낸 게 다시 떠오른다. 비단이를 더 고통스럽게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cpr체크를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비단이가 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내내 집에 있다가 정작 떠나는 날은 병원에서 혼자 보내야만 했을 것이다. 우리는 죄책감에 더욱 고통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나는 집에 가자고 한 남편을, 비단이에 대한 슬픔이 큰 만큼 남편에 대한 원망도 컷을 것이다. 우리는 비단이를 힘들게 했지만 우리를 조금, 아주 조금 덜 힘들게 할 선택을 한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이기적이고 모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인 것 같다.  


몇 달 동안 나의 슬픔의 주기를 돌아본 결과 호르몬 영향이 정말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얼마 전 하루 종일 울었던 날을 제외하면 호르몬이 크게 변화할 때 슬픔이 차오른다. 비단이의 부재로 인해서,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해서, 노화로 인해서 나는 참 낯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20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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