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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Dec 26. 2021

2020년 7월 28일


며칠 전에 친구의 소중한 고양이가 떠났다. 나도 한번 만나본 적 있는 작고 예쁜 고양이었다. 친구는 단체 대화방으로 소식을 알려왔고 모두들 간단한 위로만 전했다. 어떤 말이 그 친구에게 위로가 될지, 위로가 필요한 상태인지 판단하는 건 어렵다. 

내 느낌에 그 친구는 나에 비해 잘 받아들이고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인 것처럼 느껴졌다. 종교가 있어서 그런 걸까. 종교에 기대어 본 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감이 안 온다.  


엊그제 근처에 사는 친구와 서울 나들이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수다 떨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단이 이야기도 나왔다. 눈물이 고이고 목이 메어오는 걸 참아야 했다. 내일도 지인들과 반년 만에 모임이 있는데 사실 걱정된다. 내가 잘 참을 수 있을지. 요 며칠 날씨도 그렇고 컨디션도 그렇고 많이 가라앉아 있는 상태라.... 왜 참아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여러 사람들이 즐겁게 있는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진 않다. 내일 만나는 분들은 이미 내 눈물을 겪은 분들이라 또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주책일지도 모르겠다.  


비단이 유골함에 놓아둘 그림을 완성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 액자를 못했다. 그림 그리는 거 외에 뭐 하나를 하려면 굉장한 결심이 필요해졌다. 많은 것들을 그냥 방치해두게 된다. 조금이나마 있던 내 부지런함은 어디로 숨어버렸나. 의욕이 없고 기운이 없다. 이런 것들도 다 노화로 인한 것인가? 지난주에 남편이 분유통 같은 영양제를 잔뜩 샀던데 열심히 먹으면 좀 괜찮아지려나.

생각해 보면 컨디션이 괜찮은 날은 한 달에 일주일 정도뿐이 안 되는 것 같다. 나머진 두통이 심하거나 위장이 안 좋거나 머리가 멍한 날들이다. 이런 내 컨디션을 보면서 요즘 생각 중이다. 나는 원래 어땠었더라? 예민하다는 단어를 곱씹고 느끼고 있다. 비단이가 나이를 먹는 동안 나도 내가 모르는 나로 늙어버린 것 같다. 비단이가 없으니 이제 나는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더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너무 집중하는 건 안 좋은 걸까. 달리 외부에 집중할만한 게 없다. 물론 그림 그리는 활동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고 있지만 그거 외에는 의욕이 나지 않는다. 


20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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