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소설

(feat.HR전문가)

by chewover

글은 여전히 쑥스럽고 어색하지만

역시 그중 제일은 자소서다.

취필 만이 답이다.


평소에도 자신감 뿜 뿜 타입은 아닌지라 나의 멋짐, 훌륭함, 성실함, 똑똑함 등을 듬뿍 담아야 할 자조설을 쓰기 위해 맥주 한잔을 따라 앉았다. (이때까지는 나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데 독주까지 필요할 줄 미처 몰랐다._.)


전부터 관심만 있고 겁먹어 도전해보지도 못한 채 빙글 빙글 돌던 HR 업무와 관련된 정보들, 책, 강의, 이직 자리까지 온갖 걸 알아보다가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채용공고 하나에 맞춰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 나이에 이직이 맞는 것인가? 그것도 직무를 아예 바꾸다니?? 지금 일이 안 맞는다고 생각한 것처럼 옮겨가서 거기도 내 길이 아니라고 느껴지면??? 나이만 먹고 나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 더 힘들어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러다 정말 길거리에 나앉는 건 아닐까????? 귀여운 쥐꼬리만 한 퇴직금으로 난 몇 달을 버틸 수 있을까?????? 그 안에 나는 정말 원하는 곳에 취직할 수 있을까???????


나는 늘 그렇듯 시작하기 전엔 걱정이 산더미지만,

차차 흥미롭다. 해보고 싶다. 재미있겠다. 그런 두근거림에 걱정과 불안이 조금 가려져가고 있다.


한 모금 또 한 모금


자신감을 끌어올려 한참을 써놓고, 다시 읽어보며 줄줄이 지웠다.


"에이, 이건 오버지"

"내가 가끔 이렇긴 한데, 늘 이런 사람은 아닌데..."


그러다 쓴 글들 중 남는 게 없어질 때쯤 요리할 때 쓰겠다고 넣어둔 소주를 꺼내 한잔 따랐다.


과연, 오늘 밤 안에 나를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자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왕좌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