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퇴사 선물)
창밖을 보며 멍하니 앉아있다가 또다시 '숲 속의 작은집'이라는 예능이 떠올랐다. 박신혜가 늘 앉아있던 큰 창 앞에 작은 테이블 자리가 너무 부러워 이사 오면서 창밖 나무가 보이는 자리에 책상을 놨었다. 그래서인지 이 자리에 앉아 나뭇잎이 흔들흔들 햇빛을 이리저리 반사하는 걸 보다 보면 그 영상이 다시 떠오른다.
박신혜가 전복 무스비를 해 먹는 걸 보다 보니 냉동실에 자리 잡은 내 전복이 떠올랐다. 멋지게 사표를 던지는 시점과 추석이 맞아떨어져 추석선물로 들어온 전복은 자연스럽게 내 퇴사 선물이 되었다. 퇴사 선물이라서 더 맛있는 전복으로 회사가 앗아간 내 위를 달래줄 죽을 끓여 먹기로 했다.
재료는._. 1.5인분 정도 기준
전복 2개
애호박, 양파, 표고버섯 다진 것
쌀 한 컵
들기름
일단 들기름을 두르고 잘 씻은 쌀을 들들들들 볶는다. 밥보다 쌀로 끓인 죽이 괜히 더 맛있다.
꼬소~한 냄새가 올라올 때쯤 야채도 넣고 같이 볶다가 끓인 물을 붓는다.
물은 밥과 야채 양의 두배에서 세배 정도? 중간중간 물을 더 넣어 줘도 되지만 그럴 때는 끓인 물을 넣어 주는 것이 좋다. (사실 이유는 잘 모른다. 엄마에게 전해 들은 방법)
전복의 경우 바지락 같은 조개류처럼 국물이 진하게 나오는 해산물은 아니기 때문에 다시마나 멸치 등으로 육수를 내서 사용해도 좋다.
(단, 전복 내장만 넣어도 충분히 간이 되기 때문에 싱겁게 먹고 싶다면 그냥 맹물을 추천한다.)
이제 전복 차례!
전복 내장은 잘 다녀서 밥에 섞이도록 넣어주었고 전복도 맘에 드는 크기로 숭덩숭덩 썰어서 넣어주었다.
소금은 한 톨도 들어가지 않은 채 맛있는 전복죽이 완성됐다.
위에 검은깨를 조금 그리고 다시 들기름을 휘릭 두르면 완성.
오늘의 사부작_정도를 걸어보기
밥이 아니라 쌀에서부터 시작해서 시간을 들여 만든 죽
지금 드는 생각
_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왜 멍하니 바라보게 될까. 모닥불이 인디언들의 tv였다고 하는데 모닥불만이 아니라 자연이 다 그런 것 같다.
_제발 이 날씨 오래가주세요.
_요리 과정도 찍고 싶다...똥손.똥손 똥손. 똥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