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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na Oct 30. 2017

#44. 생의 무게에 대하여

남은 짐을 지는 것은 남겨진 이의 몫

유리창에 묻은 입김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지워버린 것 같이.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어제는 맘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이었는데

오늘은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다.

유리창에 묻은 입김을 손가락으로 슥 문질러 지운 것처럼

세상에서 그모습만 슥 지워진 것 같다.

양다리가 후들거리게 천근만근 무거웠던 생의 무게는

본디는 유리창에 묻은 입김만큼 가벼운 것인가 한다.


빈자리를 슬픔으로 채우는 것은 떠난 이가 아니라 남겨진 이다.

천근같은 생의 무게는 남겨진 이가 나누어 가진다.

나의 생만으로도 버거운 어깨에

떠난 이의 생을 얹을 때마다 무릎이 휘청, 꺾이곤 한다.


때때로 무게에 짓눌려 걸음을 떼지 못하고 울어버릴 것 같을 때는

원래의 생이란, 누구의 생이든지,

창문에 옅은 흔적을 남기고 지나가는 가벼운 숨일지도-하고 떠올리면

조금쯤 어깨가 가벼워지는 듯해 위로가 된다.


모든 떠난 이들이 남긴 것이 괴롭지는 않으나

떠난 모든 이들이 그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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