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정해준 기준을 따르면 시작은 편하겠지만.
“걔는 잘 산데?”라는 질문이 있다면.
“응, 뭐 결혼해서 애 놓고 잘 산다더라. 아 남편이 의사래.”같은 대답을 쉽게 듣는다.
자라면서 잘 사는 법에 대해 따로 배운 적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들은 적도 없다.
숫자는 판단하기도 비교하기도 쉬워 그 우열이 이해하기도 전에 정해져 있었고
많은 판단이 그 숫자에 기반해 좌우되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몇 년이 지나도 설명하기 어려운데,
사람들은 설명없이도 내가 다니는 회사의 규모, 연봉, 직급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안다고 한다.
내가 주말을 뭐하고 보내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나이가 몇인지, 결혼은 했는지, 배우자 직업이 뭔지, 아이는 있는지로 내 삶이 어떤지 판단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내가 느끼는 나와 매우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기준을 따르면 자기 삶의 수준을 자가검진할 때 편리하겠지만,
극단적 설정은 늘 상당히 큰 오차범위를 동반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하겠다.
당신이 그렇게 살고 싶다면 말리지야 않겠지만,
나를 위하는 척하며 당신의, 아니 숫자의 잣대를 내게 휘두르는 건 폭력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