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자두의 마음이었다
붉어지려 애쓰다 도리어 까맣게 그을러 버린
그리운 이름들만 몰래 적은 편지였다
묽어지기 위해 쉽게 무른 말들을 내뱉기도 했지만
도리어 검정의 심장에 나뒹굴었다
물가의 저녁
가로등은 빈 잔에 제 얼굴을 비추고
어떤 꽃도 되지 못한
좁은 골목길의 그늘진 노래
노을을 업은 채
긴 꿈에 여러 번 발을 헛디뎠고
오랫동안 소식 없던 사람의 목소리를 먹었다
누구의 눈물도 될 수 없던
투명한 다짐이 둥둥 떠 있고
사라져 버릴 걸 알면서도
잘게 깊게 휘젓는
자두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