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의 미제 사건
"짜증 좀 그만 내."
용이와 나는 참 다르다. 다름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연인치고는 너무도 다른 우리다.
그는 ISTJ, 나는 INFP.
다른 세 가지 성향보다 더 선명한 차이가 있다면 그는 극단의 T고 나는 극단의 F라는 점이다. 어긋난 대화의 핑퐁은 서로 다른 대화방식을 만나 전쟁터가 되고야 만다. 그는 알고 싶은 것은 오로지 사실과 해결책이다. 나는 그저 마음 한켠에 스민 서운함을 알아봐 주길 바랄 뿐이다. 사실만을 묻는 그의 목소리 앞에서 서운함의 영역은 넓어지고야 만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운해서 그렇게 말했어. 앞으로는 조심할게.”라는 나의 한마디와
“서운하게 해서 미안해.”라는 그의 한마디였을 뿐인데
우리는 늘 그렇지 못했다.
용이는 인간의 탈을 쓴 AI 같다. 그는 서운함을 느끼면, 그 즉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한다.
“나는 당신에게 서운함을 느꼈습니다. 그러지 말아 주세요.”
나는 서운함을 느끼면, 머릿속이 시끄러워진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내가 상처받을 거란 걸 모르는 걸까?’
그 생각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입은 다물어진다.
그처럼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감정을 전하는 날이 온다면, 그건 아마도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일 테다. 사랑하는 동안, 나는 그에게 이해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사건이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미제 사건으로 남겨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