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진실 사이에 엮인
오래된 동네 중국집 앞에 갈색털을 가진 강아지가 앉아 있었다. 가까워지는 걸음 내내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오전 10시. 문이 굳게 닫힌 중국집 앞에 다다르자, 재빠르게 뛰어오더니 내 두 다리를 한 바퀴 휘감고 돌았다. 놀라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곁을 따라 걷고 있었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꼬리가 펄럭였다.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렸다.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버스를 놓칠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의 길게 이어진 초록색 플라스틱 의자가 멀리서 보일 때쯤, 작은 걸음은 반대를 향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이 아이를 그리워하진 않을 거란걸. 빨간 목줄을 감고 있었다. 누군가의 품으로 돌아갈 아이였다.
'후'
내뱉은 한숨이 안도인지, 아쉬움인지. 어쩐지 나는 헷갈렸다.
문이 열렸다. 작은 두 계단을 올라 신용카드를 찍었다. 맑은 음성이 마치기도 전에 버스는 출발했다. 넘어지지 않으려 기둥을 꽉 붙잡으며 하차문 근처 좌석까지 몸을 옮겼다. 빈자리에 앉자 거센 찬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렸다. 땀이 마르기도 전, 몸이 으슬거렸다. 몸을 일으켜 에어컨 방향을 비틀고 다시 자리에 앉자, 이내 오늘 할 일을 다 마친 기분이 들었다.
'아, 맞다!'
서둘러 용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OOO중국집 앞에 조그마한 발바리 한 마리가 서 있는 거야."
-"응응."
-"근처에 가니까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오더니, 다리를 한 바퀴 감고 도는 거야."
-"그래서??"
-"그러고는 가는 내내 한참을 뒤따라왔어!!"
-"키우자."
어쩌면,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리고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그리움. 이 가득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대화를 하고 싶었던 탓일까. 나는, 빨간 목줄의 존재를 조용히 빼놓은 채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금의 설렘도 잃지 않은 대화 너머엔 옅은 미소만이 조용히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