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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버더레스 May 15. 2024

떠나야 하는 여행은 없다

떠나야 하는 여행은 없다.

출국장에서 비행기를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사실 출국하는 비행기 티켓은 끊었지만 되돌아오는 비행기 티켓은 없습니다.

마음속 귀국일은 정해져 있지만 뭔가 최대한 늦게, 내 스케줄에 맞게 되돌아오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이곳 김포는 추적추적 비가 내립니다. 제주는 맑다고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제주도에 혼자 갔던 건 몇 년 전이에요. 회사에서 온라인연수가 있었는데 바닷가보이는 곳에서 듣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일요일 밤 제주로 향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간 정말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연수를 듣고 저녁엔 제주 한림읍 어디쯤의 펍에서 홀로 맥주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주에서 일을 해야 하는 건 똑같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가볍습니다. 일주일 정도 있다 오고 싶어도 여러 일정들 때문에 그러지 못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네요. 또 누가 알까요? 

서울 일정을 보고 다시 내려와서 하루이틀 더 머물다가 갈 수도 있고요.


떠나야 하는 여행은 없기에 다시 그냥 되돌아와서 푹신한 집 침대에 몸을 던지고 누워서 낮잠을 잘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여행은 아닙니다.

당연히 거기 있는 것들을 보러 가는 여행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앞으로 제가 생을 다할 때까지 거기 있어야 할 제주와 우도의 해수욕장, 바닷가, 현무암들, 하늘의 별과 태양, 달과 인사하러 갑니다.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도 있는 여행이라는 것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지금은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럽네요.

다 아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여서 즐거운 재미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니 저도 스스로 즐겨야겠습니다. 


제주 온 동네를 수국이 수북하게 쌓일 때면 여름이 이제 성큼 다가왔다는 이야깁니다.

봄이 지나가며 수국을 몽글몽글 뿌려놓고 갔을 테니 살며시 구경도 갈 생각입니다. 

우도의 하얀 백사장을 거닐며 땅콩 아이스크림 한입 베어 물고 한 없이 바다도 바라보려고 합니다. '


기내 비행기는 쌀쌀하네요. 이 건조한 공기와 기내에서만 나는 향기가 그리울 때가 왔나봅니다.

이제 떠나야죠 

출국장 밖이 보이는 창가의자에 앉아 나만의 여행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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