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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Feb 04. 2020

살아남는 법을 공유하다 페미니스트가 됐다

나의 첫 여성학은 콘텐츠에서의 여성캐릭터 분석이었다. 여성주의와 페미니즘은 그 때 처음 알게됐다.

논문은 드라마 <아랑사또전>에 나오는 아랑캐릭터 변천사에 대해 적었다.


고전소설에 나온 캐릭터인 수동적인 캐릭터 '아랑'은 시대를 거쳐 역동적인 캐릭터로 바뀌었다. 충과 효를 중요시하는 여성에서 자기힘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여성으로 캐릭터가 바뀐 과정을 분석할 때 페미니즘이 필요했다.


국문과 졸업하고 잊고살던 페미니즘은 <82년생

김지영>과 함께 돌아왔다. 내가 일상적으로 겪었던 경험이 다른 여성들에게도 많이 나타난다는 걸 알게된 소설이었다.


그러면서 '강남역 살인사건'과 '몰카시대'에 왔다. 여자는 범죄 타깃이 되면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얘기를 남사친에게 했더니 '범죄 타깃이 되지 않게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편의점에서 혼자 알바하면서 성추행을 겪었을 때 든든하게 생각했던 5분 거리 경찰서는 편의점 직통 신고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사건이 다 끝난 뒤에야 왔었다.


힘들게 CCTV모아 신고하고 진술했더니이런 일은 학생이 좋게좋게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합의하라고 했다. 여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켜줄 든든한 경찰관을 소개팅 해준다며 내 개인 휴대폰번호를 동의없이 유출했다.


이런 일이 있었을 때는 여자끼리 얘기하는 게 최고다. 분노에 차서 이 일을 언니들에게 얘기했더니, 여경에게 진술할 수 있는 법과 민원제도에 대해 알게됐다. 공권력 없이 성추행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법이나 각종 경험담을 듣다보면, 나만의 메뉴얼이 차곡차곡 만들어졌다.


살아남는 법을 공유하다 페미니스트가 됐다. 여자들은 알고있었다. 직장 내 성추행을 공론화하면 결국 꽃뱀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은밀하게 위험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공유했다.


예를 들면, 상사가 블루스를 추자고 다가오면 토하는 척하며 화장실에 가서 있다오는 법. 인사불성으로 취해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IT기술들에 대해 공유했다. 몰카설치를   있는  !


여기서 얻는 케이스는 많았고, 수법은 '손만 자고 잘게'처럼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회식자리에사 취한 상사가 단 둘이 있을 때 '오늘 집에 가기 싫다'고 말하는 경우는 꽤 많다(얼마전에도 친한 동생이 상사에게 들었다)


무례한 경험이 나만 겪는 일이 아닌 걸 알게되면서 문제의식이 싹을 피웠다. 성범죄의 원인 중에는 정말 옷차림이 큰 부분을 차지할까? 그건 권력 문제 아닐까? 그렇다면 남녀 권력 문제는 어떻게 나타날까? 여기에 대한 사회책을 찾아 읽게됐다. 그리고 구시대적 부당한 요구에 대해 보이콧을 외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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