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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Jun 05. 2016

미래에는 더 나아져야지?

미래는 반복될 뿐이다

지금부터 눈을 감고 미래에 대해 상상해보자. 화려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들은 편안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오래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자유와 평등에 대한 투쟁의 승리로 후세의 아이들은 좀 더 합리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이고 활기찬 이미지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알고 보면 미래는 과거의 반복에 불과한 것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요즈음 점점 심해지는 게 느껴질 정도이다. 국민 예능 ‘무한도전’ 토토가 시즌 2에서 소환당한 젝스키스는 제2의 전성기라 부를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그들이 가져온 와이드 팬츠는 복고풍 거리를 만들고 있다.


영화관에서는 ‘이터널 선샤인’을 선두로 명작들이 줄줄이 재개봉하고 있으며, 브라운관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시대별로 복고 타임머신을 태워준다. 명곡들은 리메이크되고, 아이유는 현대와 과거를 이어주는 뮤즈로 이미지가 포지셔닝 됐다.      


역사는 어떤가? 좀 더 과거로 돌아가서 조선 시대 역사를 돌아봐도 ‘미래’가 아닌 ‘반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과 박정희의 군사 정변은 닮았다. 민주화 투쟁으로 힘겹게 만들어냈던 역사는 왜인지 유신 시대로 돌아가는 중이다.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도들의 반란’이라고 보도해서 비난받았던 언론은 2016년에도 민감한 사안에 대한 보도는 아예 하지 않거나, 말을 교묘하게 바꿔서 다른 사실을 전하고 있다. 지금의 언론 행태 역시 10년 후에는 비난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학습이라는 힘이 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는 과거에 대한 낭만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한다. 항상 과거의 문화를 찾던 그는, 마차를 타고 자신이 동경하던 시대로 갈 수 있게 된다. 그곳에서 헤밍웨이부터 고갱까지 예술가들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또 다른 과거인 ‘르네상스 시대’를 동경한다. 이 시대는 썩었다고 말하면서. 그는 동경하던 과거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으며 현실로 돌아온다. 과거를 살펴보며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려는 오늘을 살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미래가 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오늘이 가진 힘’을 알게 되어 학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영화가 끝난다.


매트릭스나 어벤저스 같은 미래 시대를 다룬 영화들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게 아닐지도 모른다.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다루면서 ‘미래에는 더 나아져야지’라며 기술을 개발하는 인간의 모습일 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정부 정책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임금피크제와 노동개혁을 하면 일자리가 더 많아진다고 홍보하지만, IMF 구조조정 사례를 봤을 때 희망찬 미래가 올지 알 수 없다.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주택 경기가 침체하자, 정부가 택한 정책은 금리를 낮춘 것이다. 금리가 1%대로 낮춰짐으로써 서민들은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몇 천의 돈으로 몇 억의 집을 전세로 얻고, 빌리는 부채의 급격한 증가가 일어났다.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춤으로 서민들이 돈을 빌려 집을 빌리고 사면서 주택 경기는 2015년 상반기 그 어느 때보다도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미국을 경제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 바로 버블 경기 시절의 과도한 주택 구매를 위한 가계 부채였던 점을 상기해 볼 때,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비율은 위험 수위를 이미 넘고 있다. 어떤 정책을 썼기 때문에, 희망찬 미래가 온다고 광고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미국의 과거를 계기로 해서 다가올 한국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가계 부채가 늘어난 지금, 상환을 만기 연장하는 단순한 정책보다는 충분한 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벌이를 늘려서 가계의 상환능력을 키우던지, 양질의 일자리 제공으로 상환능력을 키우는 파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 철학자는 과거를 통해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를 통한 학습을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을 오늘 하고, 이를 통해 희망찬 미래를 얻는 방식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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