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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Jun 05. 2016

Small Wedding

얼마든지 예식홀에서 치뤄도 된다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난과 오르는 물가 속에 스몰웨딩 열풍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선 젊은 세대가 달라졌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꼼꼼하게 가성비를 비교해서 구입하고, 한 번 쓰고 안 쓸 물건은 서로 공유해서 사용한다. 또 국내 소비자 가격이 비합리적인 것을 알고, 저 멀리 해외사이트까지 찾아가서 직구를 해서 온다.   

결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예비 신랑신부들은 웨딩드레스와 스튜디오, 메이크업에 대해 웨딩플래너를 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조금 피곤해도 가격 거품을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늦게 취업해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기에 모아둔 돈도 많이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일생에 한 번 뿐인 날이라도 빚을 내서 ‘웨딩 푸어’로서 결혼 생활을 시작할 수는 없었을 것! 호구가 되지 않겠다는 작은 분노에서 대한민국 스몰웨딩 열풍은 시작된 것이다.      


연예인들이 먼저 스몰웨딩을 선보인 것도, 스몰웨딩 열풍에 한몫했다. 이효리 이상순 커플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 마당에서 가족들만 참석한 채로 결혼식을 진행했고, 이나영 원빈 커플은 강원도 밀밭 결혼식을 했다. 얼마 전 결혼한 구혜선 안재현 커플은 예식 대신 기부를 함으로서 기부웨딩이라는 새로운 스몰웨딩을 선보였다. 스몰웨딩은 둘 만의 의미 있는 날을 만드는 과정이면서도, 하객들에게 센스를 보이는 장이다. “우리 이렇게 개념 있고 특별해요. 앞으로도 결혼식처럼 잘 살게요.” 스몰 웨딩의 대략적인 키워드는 평범한 장소, 나만의 드레스, 주례 없는 결혼식으로 꼽을 수 있다.    


연예인들의 경우 직업적인 특성상 스몰웨딩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협찬사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최소한의 비용으로 할 수 있으면서, 개성을 드러내어 화제거리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이 아닌 일반 신랑신부들이 준비하는 스몰웨딩에는 이런저런 문제들이 많이 따른다. 국내에서 스몰 웨딩 장소로 이용되는 시설은 레스토랑, 펜션, 미술관 등인데, 대관료 대신 식대만 계산해서 저렴해보이지만 맹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예식을 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데커레이션 비용이 발생한다. 신부가 걸어가는 버진로드부터 하객들이 앉을 의자 준비까지 말이다. 결국 플로리스트나 웨딩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 꾸미게 되는데, 이 경우 일반 예식 비용의 배가 될 수도 있다. 또 스몰 웨딩은 하객이 적기 때문에 축의금을 많이 받지 못한다. 이 부분도 신랑신부들이 꼭 체크해야 할 포인트이다.          


자, 이제 스몰 웨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사실 우리가 꿈꾸는 스몰웨딩은 허례허식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비용으로 인해 가격은 결코 스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스몰 웨딩 이미지에 대해 초록색 검색창에 검색해볼 것이 아니라, 결혼식을 함께 할 파트너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자. ‘네가 원하는 결혼식은 어떤 것이냐고?’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방식으로 결혼식을 치룰 수 있는 만큼, 파트너와의 합의점이 중요하다. 저렴한 예식홀에서 주례 없는 결혼식을 치르는 것도 역시 스몰웨딩에 포함된다. 스몰웨딩 본연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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