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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Apr 06. 2020

흰둥이가 아프다

새는 아프면 티를 내지 않는다. 아프면 무리에서 버려지기 때문이다. 생태계 최약체인 새들은 무리에서 버려지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보호자인 인간에게도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


인간은 새의 평소 행동을 유심히 보다가 병원에 데려가야한다. 흰둥이는 요새 똥꼬쪽 털이 많이 빠졌다. 처음에는 임신인 줄 알았는데, 알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걱정하면서 병원에 데려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알은 없고, 똥꼬에 상처가 크게 났다고 했다. 마치 종양처럼 부풀어올라있어 똥이 제대로 안 나오는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그날부터 밀착관리가 시작됐다. 항생제도 먹이고, 무색무취소독약을 두시간마다 한번씩 발랐다. 억지로 잡아서 약을 바르게되니 흰둥이는 잡는 주체인 나랑 아빠를 미워하게됐다. 오늘은 손에 한 번을 안 오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어제는 밥을 안 먹어서 평소 좋아하던 먹이들을 다 꺼내놓고 먹으라고 했는데도 먹지 않았다. 약을 먹이면서도 스트레스 받는 게 보여 마음이 좋지 않다.

흰둥이가 아프니까 다음날 해가 뜨는 게 무섭다. 하루하루 더 좋아져야하는데, 조금만 안 좋아져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곤한다ㅠㅠ


옆에 붙어서 상처부위에 소독약을 발라준 지 이틀이 됐다. 방귀를 크게 한 번 뀌더니 몇 시간을 밥을 먹었다. 그리고나서 흰둥이의 안절부절이 시작됐다. 새장에서 쏜살같이 나와서 거실을 한바퀴돌고 새장으로 들어가는 일을 반복했다.


스스로 살기 위해 하는 행동인 듯 보였다. 인간 보호자는 이 운동을 돕기위해 새장 앞 장애물을 치워줬다. 약도 꾸준히 발라주고, 항문 부종을 가라앉히기 위해 좌욕도 시켜줬다. 안절부절운동을 한 지 하루가 지나니 똥도 수월하게 싸고 밥도 많이 먹었다. 오늘밤에는 안절부절운동을 잠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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