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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Jun 07. 2020

무기력 이기기

통제감(sense of control)

무기력의 반대는 ‘통제감(sense of control)’이다. 이는 내가 원하는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는 느낌으로 쉽게 말하면 ‘내 힘으로 무엇을 한다’는 느낌이다. 예컨대 상태가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화분 키우기, 그림 그리기, 동아리 활동, 사람들과의 대화 지속하기 등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서 뭐라도 하는 사람들이, 그러지 않고 움직이기를 멈춰버린 사람들에 비해 똑같이 나쁜 상황도 훨씬 더 잘 극복해내곤 한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나쁜 상황을 바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활동들이지만 조금씩이나마 계속해서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기력과 절망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무기력이 지속될 때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동아사이언스,2020.6.6


무기력은 쉽게 찾아온다. 나는 집과 회사만 반복할 때도 무기력증에 빠졌었다. 몸은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하겠는데, 자기계발이 하고싶어서 우울했다. '왜 더 부지런하지 못할까' 자책했다. '자기관리'라는 말은 복잡하다. 체중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고, 직장에서도 완벽해야 하며, 사랑과 같은 사생활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자기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란 추앙받는 만큼 많이 피곤하게 살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자기관리를 못해서 자책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3월부터 의도치 않게 집에 있게 되면서 7kg이 쪘고, 무기력에 시달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서 천장만 바라볼 때도 있었다. 뭔가 미래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상황이 차츰 나아지면서 코로나가 끝나도 미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서야 지독한 무기력증이 멈췄다. 


정신을 차렸을 때, 생활리듬을 비롯한 건강이 많이 무너져 있었다. 무기력을 이겨서 나를 통제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칼럼에서 나온 것처럼 작은 일이라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냈다.  글을 쓰고,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생활을 기록했다. 


지금은 5kg 정도를 다시 감량할 수 있었고, 공부도 차근 차근 시작하고 있다. 계속해서 몸과 마음을 움직이려고 노력하니 절망하던 무서운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고, 나는 좀 더 명랑해졌다. 자기관리를 추앙하는 나에게는 코로나19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무기력증이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작게 내 힘으로 해내는 일을 반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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