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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Jan 13. 2019

져도 괜찮은데 사람들이 잘 몰라요

아이들과 함께 피구시합을 하고 있었다. 두 팀 모두 서로를 이기려고 혈안이 된 상황이다. 한 아이가 실수를 해서 금을 밟았다. 다른 아이들의 원성이 터져나온다. 


실수를 한 아이는 금 밖에서 자신의 팀을 이기게 하려고 노력한다. 어리벙벙했던 표정들은 누군가 세게 공을 맞아 나가면서 날이 선 표정으로 바뀐다. 꼭 이기고 싶다는 표정이다. 


오늘 몸이 아파 스탠드에 앉아 있는 친구가 다가와서 말했다. 


시합에서 져도 괜찮은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몰라요  



누가 이길까 조마조마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해졌다. 혹시나 경기를 하다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피구는 누군가가 꼭 이겨야하는 시합이라고 생각했다.  


맞아, 시합에서 진다고 큰 일이 나는 건 아니지. 


왜 항상 이겨야만 한다고 알려줬을까? 시합과 게임은 꼭 이겨야한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내재되어있었다. 


피구 시합이 올림픽도 아닌데 왜 아이들에게 이겨야 한다고 했을까? 


나는 학교다닐 때부터 경쟁이 싫은 아이였다. 운동도 승부욕을 불러일으키는 경기보다는 혼자 하는 경쟁인 오래달리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꼭 누군가를 이겨야한다는 생각은 지긋지긋하게 날 따라왔다. 심지어, 술자리에서 편한 사람들끼리 하는 술게임에서도 빨리 틀리지 않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게임을 틀리는 사람이 술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술게임도 그렇고, 경기에서 지면 승자와 패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 누군가를 이겨야한다고 알려주는 건 아닐까? 확실한 건 승부에 겁먹어서 떨다 졌을 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져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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