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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Sep 03. 2019

말조심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던 말이다. 말조심과 관련된 말은

정말 많다. 남의 험담을 하면 언젠가는 험담이 되돌

아온다는 말도 있고, 근거없는 소문을 전하다가 철퇴를 맞는 옛 이야기도 많다.


기자일을 하면서도 제일 중요한 일이 말조심이었다.

좁은 기자바닥에서 근거없는 소문을 퍼나르지 않는 것과 소문의 근거를 추적해나가는 일이 내 일이었다. 소문의 근거를 추적해보면 작은 거짓일 때도 있고 커다란 사실일 때도 있었다. 말조심에 대해

다른 어떤 직군보다도 훈련되어있는 직군이라고 생각한다.


그랬던 내가 학교에 와서 말조심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다. 간호학과 자체가 소문도 빠르지만, 소문이 정보가 될 때가 있다. 열심히 하려는

열기는 온갖 정보를 끌어모아 공부하는 걸로 바뀌었다.


간호학과는 반마다 교수님이 다를 때가 있기 때문에, 반별로 주는 정보를 놓치지않기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었는데, 이 일이 말조심과 엮일 줄은 몰랐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규칙이 단호하기로 소문난 교수님의 조장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해 '공부 잘하고 말 잘하는 애'가 해야한다는 헛소문이 돌았다.


헛소문은 돌고 돌아 3.5 이상이어야 조장을 할 수 있다는 정보가 됐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교수님은

격분하며 소문의 근거지를 찾아 전화를 돌리고 돌렸다. 그러다가 소문의 근거지 가까운 곳에 내가

있었고, 무심코 다른반 친구에게 했던 말이 문제가

됐다. 이번 일에 얽힌 사람은 많지만, 안 얽힌 사람도 많다.


나는 근거없는 소문을 정보라고 옮긴 것에 대해 뿌리깊게 반성하고 있다. 말조심이 제일 중요한 소신이었는데, 직업을 바꾸려고 공부하니 그것 조차 잃어버리는구나싶어 속상했다.


직업에 따라 성격이 훈련되어진다는 말을 믿는다.

직군마다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있다. 기자였을 때는 개인주의와 혼자 글을 정리하고 분석해내는 조용한 관찰자였다. 간호사 공부를 하면서는 집단주의와 깐깐하게 칼같이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있다.


안그래도 글과 관련된 오랜 훈련들이 전공 공부에 밀려 힘을 잃는 것이 안타까웠다.필사와 글쓰기를 필사적으로 잡고있지만, 모두 잃어버릴까봐 두려워진다. 글은 평생 쓰겠다는 다짐을 했고, 기자일을 하면서 배웠던 가치들을 잃어버리지 말아야한다. 하지만 벌써 말조심이라는 가치를 잃어버린 내게 화가 난다.


말조심 사건은 일대일전화를 통해 결국 소문의 근원지를 찾아냈다. 여기에 대해 단톡방에 사과문을 올렸고, 서로가 서로에게 들었다고 말한 수많은 개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사과하며 끝났다. 하지만 이 일에서 카톡캡쳐같은 일이 난무하며 신뢰는 깨져버렸고, 관계는 금이 갔다. 다시 한 번 말조심을

가슴에 새겨야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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