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생망 Sep 24. 2019

매일 주어지는 사과 한 알의 인생

나는 쉽게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편이다.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싶어도, 자아실현이란 최상위 욕구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항상 꿈은 높았고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또 어느 직업이든 있는 부조리한 면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가 하는 일은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를 바랬다.

그 결과, 직업을 지긋지긋하게 바꿨다. 언제든 한 분야가 싫어지면 탈출할 계기를 만들었다. 광고인 꿈나무에서 언론인으로, 홍보팀으로 끊임없이 안테나를 뻗었다. 그러다보니 삶을 송두리째 뒤엎고싶어 간호학과에 왔다.

내가 경험하며 깨달은 점은 하나다. 어떤 직업이든 부조리는 없고, 알고보면 폐쇄적인 한국형 조직이다

여기에 유연성없이 곧은 내 성격이 합쳐지면, 바른 말하고 정의를 찾아 떠난다. 그러니까 나는 매년 직업을 바꾼다고 해도 만족할 수 없는 셈이다.

나는 이걸 이십대 후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이 얘기를 들은 외국 친구는 인생은 모두에게 하루에 사과 한 알씩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매일 받는 사과 한 알을 행복하게 받아들인다. 내 경우는 똑같은 사과를 자꾸 복숭아나 배처럼 만들어내려고 노력한 셈이다.

그러면서 친구는 말했다. 매일 주어지는 사과 한 알을 조려먹고, 볶아먹고, 잼을 만들고, 갈아 주스를 만들어 먹으라고.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기보다는 주어진 사과 한 알에 만족할 줄 아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또 반문한다. 그렇게 작은 것에 만족하는 안전지대에 들어가면 사람은 사고가 단순해져버려 발전이 없어진다. 서울처럼 팽팽 돌아가는 곳에 있다가 울산에 내려와서 안정과 변화를 바꾼 내 모습이 그렇지 않냐. 이대로가면 서울친구들과 격차가 벌어진다는 내 조바심에 친구는 그럼 또 어떠냐고 태평하게 묻는다.

사과 한 알을 행복하게 먹는 일이 내가 앞으로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일을 오래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삼십대가 되어서도 이십대처럼 불평하면 안되겠지. 폐쇄적인 조직에 반발해봤자 결국 내쳐지는 사람은 나라는 걸 알고있다.

자아실현 욕구 바로 아래의 욕구가 명예이고, 그 아래의 욕구가 애정이다.  인생은 성취보다는 사랑하는 사람 하나로 더 행복해지는 게 아닐까. 사과 한 알을 사랑하는 사람과 먹을 때, 신기루를 그만 찾을 수 있지않을까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영혼 없는 리액션에 대한 고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