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3번 출구에서 만난 미래

- 제10화. 중년의 시선 -

by 방랑자 연필


제10화. 중년의 시선


재훈은 망설임을 멈추고 테이블 앞으로 다가섰다. 이미 선을 넘어버린 이상,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는 흰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쓸모가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AI는 '책상'에서 만들어졌고, 공장은 '현장'이기 때문이죠.

재훈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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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생산 라인에 '청소 시간' 10분이 할당되어 있죠? AI는 이 시간에 기계가 완벽히 멈춘다고 계산합니다. 하지만 현장 작업자는 10분 중에 5분은 담배를 피우고, 5분만 청소를 합니다. 그것도 대충대충. AI가 예측하지 못하는 불량률은 거기서 발생합니다.

서진과 민혁은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의 코딩에는 '청소 시간'이 있었지, '담배 피우는 시간'이나 '작업자의 심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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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데이터로 잡을 수 없는 '사람의 심리'와 '관성' 문제입니다. AI가 아무리 정확해도, 사람이 입력하는 데이터 자체가 깨져 있다면 소용없어요. 재훈의 목소리는 힘이 있었다.

그가 지적한 문제들은 수백억 원짜리 제조 공장에서 25년간 구르고 부딪히며 얻어낸 진실이었다. 고작 몇 분의 오차, 작업자의 짜증 섞인 한숨이 만들어내는 막대한 손실.


서진은 노트북을 닫았다. 저는… 지금껏 기술만 생각했습니다. 현장의 사람들에게 그 기술을 '왜 써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는 걸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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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은 충격과 동시에 감탄이 서린 눈으로 재훈을 바라보았다.

재훈 님. 저희의 프로젝트… 다시 봐주시면 안 될까요? 이번에는 AI의 눈이 아니라, 재훈 님의 눈으로요. 왜 이걸 지금까지 몰랐죠? 저희의 모든 코드를 다시 설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은 완벽한 항복이자, 동시에 '두 세대의 결합'을 암시하는 첫 번째 신호탄이었다. 재훈은 가슴속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불꽃이 거세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 10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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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웹소설 11회가 이어집니다.


다음 11화에서는 서진의 자존심이 폭발하며 재훈의 조언을 불편해하고, 두 세대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하지만 카페 사장 정희의 결정적인 조언을 통해 재훈과 서진이 서로를 이해하는 감정적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청년 세대의 고민과 중년의 상처가 어떻게 충돌하고 봉합되는지, 그리고 그들의 프로젝트가 어떤 새로운 방향을 찾게 되는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해담 (Elias Th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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