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화. 골목길의 그림자: 내가 짊어진 무게와 시선의 각도 -
제9화. 골목길의 그림자: 내가 짊어진 무게와 시선의 각도
해 질 녘 골목길을 걷다 보면 발치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만납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그 모양과 길이도 시시각각 변합니다. 때로는 나보다 훨씬 거대해진 그림자가 등 뒤를 덮칠 때면, 내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웠나 싶어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그림자는 빛의 부재가 아니라, 내가 빛 앞에 서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어머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중에, 내가 태어나기 전 해방 직전에 '아버지가 하룻저녁 만에 노름으로 집과 논을 모두 날려버렸던 사건('귀인의 필적' 작가의 자서전 중)은 가족의 삶에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였습니다.' 하지만 그 뼈아픈 실수는 오히려 가족의 '회복 탄력성'을 단련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1년이라는 가장 춥고 고독했던 셋방살이의 그림자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만물상회를 열어 다시 희망의 빛을 일궈내셨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상실과 실패의 그림자를 만납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찢어지는 고통, 갑작스러운 실직, 그리고 사업의 위기까지. 작가 역시 40대에 찾아온 고난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위태로운 목표만을 향해 달리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그 어두운 그림자 한가운데서 작가는 자신의 영혼을 새롭게 하는 부르심을 들었습니다. 그림자는 우리를 넘어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의 단단함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림자의 길이를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빛이 머리 꼭대기에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 빛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입니다. 작가가 50대에 사업을 정리하고 컨설팅 전문가로 전환하며 새로운 삶의 궤적을 만든 것은, 과거의 그림자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빛의 각도를 조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골목의 가로등은 더욱 선명하게 빛납니다. 그 빛 아래서 나의 그림자는 다시 작아집니다. 인생의 그림자가 유독 길게 느껴지는 날이라면, 잠시 고개를 돌려 내가 등지고 있는 빛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뿌리가 얼마나 강인했는지, 당신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견디며 이 자리에 서 있는지를 그림자가 묵묵히 증언해주고 있을 것입니다.
어두운 골목 끝,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따뜻한 커피 향이 배어 나옵니다. 그림자는 이제 내 뒤를 조용히 따라오며 동행이 됩니다.
'그림자의 길이는 내 절망의 크기가 아니라, 내가 마주한 빛의 거리다.'
다음 회 '커피 한 잔의 철학' 연재 에세이는 매주 월요일에 이어집니다.
모닝브루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