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화. 혼자 먹는 저녁 식사: 고독의 맛과 자립의 의미 -
제11화. 혼자 먹는 저녁 식사: 고독의 맛과 자립의 의미
배경: 텅 빈 식탁 위, 식어가는 된장찌개와 홀로 든 숟가락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어둠이 창문을 타고 거실 안쪽까지 길게 드리워집니다.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던 된장찌개가 조금씩 식어가고, 그 곁엔 오직 한 벌의 수저만이 놓여 있습니다. 텔레비전의 소음마저 끄고 나면, 방 안은 오로지 내가 숟가락을 놓는 달그락 소리로만 채워집니다. 예전에는 이 고요함이 견딜 수 없이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결되어야 하고, 대화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인의 필적》 속 작가의 청년 시절은 이 고독을 '자립'의 양분으로 삼아야 했던 치열한 투쟁의 기록이었습니다. 하동에서 올라와 청소년기를 서울 암사동 등 변두리에서 보내고, 20대 청년시절 대구, 부산 방랑자 연필(작가의 필명) 같이 떠 돌았고, 결혼 후 서울 용답동의 비좁은 방 한 칸에 몸을 뉘었을 때, 그것은 '나'라는 존재가 세상이라는 거친 파도 앞에서 얼마나 단단하게 서 있을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성인식과도 같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고독을 '결핍'이라 생각합니다. 타인이 없어서 외롭고, 인정이 없어서 쓸쓸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경영의 최전선에서 수 명의 직원을 책임져야 하는 중간 리더의 자리는 늘 외롭고 위태로운 법입니다. LCD회사의 인사팀장으로 있을 적에 IMF의 파고 속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ERP를 도입하며 회사의 도약을 위한 헌신을 해야 했던 그 새벽, 작가를 지탱해 준 것은 타인의 박수가 아니라, 암사동 시절부터 길러온 '혼자 서는 힘'이었습니다.
이제 60대를 맞이하는 간혹 혼자만의 저녁 식사는 더 이상 쓸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충만한 정적'입니다. 된장찌개의 깊은 맛을 음미하듯, 내 삶의 구석구석을 찬찬히 들이다 봅니다. 혼자라는 것은 단절이 아니라, 나 자신과 가장 깊게 연결되는 시간입니다. 내가 나를 온전히 대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을 향한 진정한 공감과 배려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빈 그릇을 닦으며 깨닫습니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는 결국 혼자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내 안에 켜진 작은 등불이, 그리고 내가 일궈온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이 든든한 동행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혼자 먹는 밥이 달게 느껴질 때, 비로소 영혼은 독립을 선언한다."
다음 회 '커피 한 잔의 철학' 연재 에세이는 매주 월요일에 이어집니다.
모닝브루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