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며 산다고 자랑하니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 치며 눈을 흘긴다.
불쾌하고 의아해서 "깨끗하게 하지 않는 것이 무어냐?"물었다.
"화장실을 다녀간 자리에 항상 흔적이 남아요" 대답을 한다.
부끄러운 충격을 받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청소도 한다.
"이제는 흔적이 남지 않아요. 노력해 주셔서 고마워요" 칭찬을 기대하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소 귀에 경 읽기라는 듯 불만 가득한 표정이다.
몇 달 스스로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하는 환경이 되었다.
보이지 않던 흔적들이 보인다.
더 조심하고 또 조심하다 청소를 하고 또 해도 여전히 남는 흔적들.
좌변기를 좌변기답게 사용하기 시작을 했다.
부분만 열면 되는 바지를 온전하게 내려야 하는 것이 귀찮아서였을까?
평생 길들여진 버릇을 고치기 힘들어서였을까?
알량한 자존심 탓이었을까?
모두가 합한 힘에 이끌려 좌변기를 좌변기답게 사용하기를 거부한 내가 보인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깨끗한 정도가 달라지며 칭찬을 하는 듯하다.
그리고 지나간 흔적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꾸어야 하는 삶이 보인다.
좌변기를 좌변기답게 사용하기를 길들이며
낮추고 비우고 자연스러움에 적응하며 삶이 쉬워짐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