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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왜 질문거리가 많을까?

야곱의 이야기를 대하는 세 사람

by 지준호

"너 약 한 것 아니야?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에서 생명력을 느끼게." 광덕이 눈을 찡그리고 물었다.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야?" 유천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말했다.

"벌써 잃어버렸어? 영혼이 소생한다며 꼭 읽으라고 해놓고. 유치원 생이나 공감하며 좋아할 이야기를 말이야..."

"아. *'야곱'(발 뒤꿈치를 붙들고 나온 자, 꾀로 사는 자)의 이름을 '이스라엘' (하나님과 사람과 겨루어 이긴 자)로 바꾸는 이야기...." 유천이 활짝 웃었다.

"어떻게 인간 형태도 갖추어지지 않은 태아 둘이 엄마 뱃속에서 싸움을 하냐?" 광덕이 눈을 흘겼다. 이마에 오른손을 얹고 유천이 '어떻게 설명할까' 고심하는데 "넌 엄마 뱃속에서 먼저 나가는 형의 발 뒤꿈치를 붙들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어? 그것은 그렇다 치자,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이니까. 하지만 '하나님과 겨루어 이기는 자가 돼'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두렵고 이해할 수 없는 억울하고 황당한 일들 많은 세상에서 도움 좀 받으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데, 그 하나님을 이기라니! 그렇다면 하나님을 왜 믿냐? 약을 하지 않고야. 그런데 뭐, 그런 이야기에서 생명력을 느낀다고?" 응어리 진 답답함을 다 쏟아낸 듯 따발총 같았던 광덕의 말투가 누그러졌다.

유천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난 '리브가' 뱃속에서 싸우는 두 아이들의 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들리는데, 넌 안 들려?"

"약을 진하게 맞았군! 그러니 지갑도 시간도 다 털리면서 행복해하지... 하지만 조금 더 지나 봐, 상당한 후유증을 앓을 걸." 광덕이 유천의 눈동자를 불쌍하게 주시하다 하늘을 원망하듯 보았다.

"난 오히려 네가 약 한 것처럼 보인다. " 유천이 애처로운 눈길로 광덕을 바라봤다.

"약을 하지 않고야 어떻게 당연히 보이고 들리는 것을 못 보고 못 듣니?"

"너는 듣고 보는데 내가 듣고 보지 못하는 것이 무어냐?" 광덕이 얼굴을 찌푸리고 따지듯 물었다.

"장자에게 주어지는 상속권과 권위를 차지하려 에서와 야곱이 서로를 미워하고, 다투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리브가'의 뱃속에서 나는 소리가 지금 세상에서도 생생하게 들리는데, 넌 들리지 않아?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동시에 젠더의 불평등, 가난하게 태어나는 태아들의 억울함과 불우한 환경, 배우지 못한 이들의 원망, 지도자와 조상을 잘못 만난 후진국 백성들이 쏟아내는 원성,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어 후회하고 실패하는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아우성도 들리는데.... 그래서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는 하나님의 신음이 들리는데...." 유천이 차분하게 말했다.

꺼져 있던 와이파이가 작동하기 시작한 듯 부끄러움과 함께 광덕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유천이 꺼져가던 불씨 살리 듯 "세상에 널려 있는 불공평과 힘겨움을 나의 가치를 높일 재료들이라 여겨 봐, 암탉이 둥지에 예쁜 동그란 알을 낳듯 억울함이 아름다운 서사를 낳게 될 거야. 그리고 그것을 품고 살다 보면 사랑스러운 병아리가 태어나듯 하나님이 주는 지혜와 권위와 사랑이 너의 삶에서 태어날 거야. 그때 넌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가 될걸. 그렇지 않으면 아귀다툼 속에서 불평하며 적당한 꾀로 살지만 실패한 일을 거듭하며 한 인생을 힘겹게 무의미하게 보내게 될 거야."라고 유천이 산소를 불어넣듯 말했다.

"약 한 듯한 말들을 씨부렁거리고 있군." 수천이 어이없는 양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이제 막 내 안에서 생명의 불씨가 살아나는데...." 광덕이 어처구니없어 헛웃음을 하늘을 보고 웃었다.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을 일개 문학으로 전락시키니 기독교가 빨갱이 소굴이 되는 것이야. 약 먹은 소리들을 이렇게 하고 있으니" 라며 수천이 쯪쯪쯪 혀를 찾다.

"그러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대로 믿으란 거야?" 동그래진 눈동자를 하고서 광덕이 물었다.

"믿어지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 믿음인 거야. 일점 일 획도 틀림없는 하나님 말씀을." 수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유천이 한숨을 크게 쉬고는 "누가 약 먹은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AI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약쟁이라 부르고 있는데. 그러니 자기 지갑을 털어가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기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동산 투기와 못된 짓거리하는 놈들의 후원자가 되는 것 아니야"라고 소리쳤다.

광덕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성경엔 수 없이 많은 질문거리를 두는 것일까?"

"상식을 넘어 예술로 소통하는 언어를 즐기게 하려는 거지. 당당하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살아 있는 존재가 되게 하려고. 믿음을 위해 질문도 못하고, 의심도 못하고 아부만 하는 노예와 거지 근성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아편 맞은 존재처럼 되게 하면서." 유천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며 답했다.


* 성경 창세기 27-3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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