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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Sep 27. 2024

명문대에서 최우수 학생이 되어보다

그녀의 대학교 생활


난 내가 교사가 될 줄 알았다.

'여자 직업으론 최고야. 너네 큰이모도 교사잖니. 얼마나 멋져. 자기 일도 있고 방학이 있어 여유도 있고 아이 키우기에도 도움이 되고.'



다른 직업은 잘 몰랐다. 아니, 직업을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1등급만 받고 나면 그때 가서 내가 선택하면 되지 않을까. 다들 그렇다고 하니까. 선택권을 늘릴 수 있게 성적만 잘 받자, 그렇게 미뤄뒀다.



막상 수능이 끝나고 학과를 골라야 하는데, 영 모르겠다. 명망 있어 보이는 데나 붙을 가능성이 있는 곳을 써야 하나. 그렇게 소비자학과, 경영학과, 국어국문학과, 통계학과, 교대를 썼다. (정말 중구난방이다.ㅋㅋ) 어디든 최저 등급은 맞췄으니 논술까지 해보고 되는 데를 가자. 그것이 내 운명이겠지.






기적같이 딱 한 군데만 붙었다. 그래서 갔다.

교사를 생각했던 사람이 경영학과를 갔다.



살아오며 생각했던 방식 자체가 다른데, 갑자기 내 인생에 들어온 경영학이 머릿속에 잘 들어올 리가 없다. 회사를 다닌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경영학이란 학문을 적응하는데 2년이 걸렸다. 1~2학년 때는 적당히 놀아도 된대서 공부보다 다른 경험에 몰두하기도 했다.  



경영학이 영 재미가 없었다. 마케팅, 회계, 전략, 영업, 생산관리, 정보처리 등등 정말 다양한 분야가 있었으나 와닿는 분야가 없었다. 그래서 난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는 교양 수업을 많이 들었다. 재밌어서 그런지 신기하게 교양은 A+가 잘 나왔다. 그러던 중 심리학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탐구하는 학문.'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

'학점이 잘 나오는 학문.'



보통 심리학 하면 생각되는... 마음 따뜻하고 품어주는 학문과는 거리가 있다만, 적어도 인간의 메커니즘을 좀 더 탐구해서 '나'와 '사람', 나아가 '세상'을 알아볼 가치는 있었다. 무엇보다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우기만 하면 A가 나오는 듯하여 내 공부 스타일과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심리학을 다음 전공으로 선택했다.



점차 학점이 팍팍 오르기 시작했다. 그 기대감에 힘입어 인생에 한 번쯤은 한 학기 올 A+을 받아보면 어떨까? 라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자부심의 원천을 하나 더 만들어보자. 이 학교에서도 실력을 보여주면, 최고의 학교가 아닌 것에 대한 알게 모르게 생기는 은근한 자격지심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1등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이 이렇게 베어져 나온다.)






나는 전략을 짰다. 성적이 잘 나올 수 있는 과목들로.



1. 경영학은 다 들었고 복수전공인 심리학만 남았다.

2.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컷인 17학점에 맞추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과목들을 넣자.

3. 공부할 시간을 늘리게 팀 프로젝트가 많으면 안 된다. 매번 하나씩 들었던 운동이랑 교양도 넣자.

4. 집이 머니까(왕복 3시간) 9시 수업은 안돼. 주 4일만 학교를 가자.

= 이상심리학, 발달심리학, 언어심리학, 진로상담, 태권도, 골프, 노동법



진짜 올 A+을 받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두려웠지만 도전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공부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즐겼던 마음은 기억난다. 

나는 심리학, 법학, 체육학의 저 과목들을 배우며 재밌어하고 있었다.

역시 즐기는 자는 못 따라가는 것까 싶었다.

내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배움은 참 즐거운 일이다.   (저 때 배운 골프를 난 아직도 써먹는다.)

나눠준 프린트와 책 암기는 기본이었을 테고, 중간고사가 끝나고 교수님들을 쫓아다니며 피드백을 받았다.



기말고사의 성적 발표가 뜬 날, 두근거리는 손으로 클릭하였고 7과목 A+을 내 눈으로 확인하였다.



이얏호! 그 두근거림과 뿌듯함이란! 나아가 한 학기마다 최우수 학생들만을 위한 한 끼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고, 감사하게도 부모님들이 초청되어 꽃다발을 한 아름 안겨드렸다. 그렇게 총장님과 교수님들, 최우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단체 사진으로 찰칵, 순간의 한 컷에 담겼다.



내 대학교 생애 가장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순간을 뽑으라면 아마 이때가 아닐까.






성적의 정점을 찍고 남은 2학기들을 마무리하며- 그렇게 나는 대학 생활을 졸업하였다.


인생의 다음 퀘스트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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