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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Feb 27. 2024

여자 혼자 여행은 1일 1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

낭만 속을 걸어보실래요?


오늘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다. 스페인의 거장 가우디 투어를 하고 싶은데, 혼자 가긴 아쉽다. 유럽 여행 카페에 같이 가자고 글을 올려본다. 선착순 단 한 명!! 누구일지 모르지만 그 친구가 오늘의 내 짝이다.



20대의 수많은 낭만 사이를 걸어 다닌 내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뭐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호기심 가득하게 반짝이는 눈빛, 새로운 만남에 설레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타인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삶에 대한 고민이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내가 돌아보는 그 당시의 나는 당돌하고 밝은 에너지가 있었다. 그때의 나 꽤 멋졌다! (기억이 미화되었을 수도 있다. ㅋㅋ)


여행지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재밌다. 짧은 시간에 그 사람의 세계가 내게 흘러들어오는 기분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눈을 초롱초롱 거리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여행지의 흥겨운 분위기는 덤이다. 함께 돌아다니는 세계 각지의 관광지는 서로의 시선이 어우러져 더 매력적이다. 여행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주어진 하루를 함께 보내면서 짧지만 인연의 정이 듬뿍 생긴다.


출처 픽사베이. 데이트인 듯 데이트 아닌 나의 여행일지 같다.


데이트가 별 건가. 좋은거 먹고 좋은거 보고 좋은거 즐기고. 뭐 새로운 사람에 대한 기대와 여행지의 설렘이 겹쳐져 약간의 콩닥콩닥함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사실 데이트라 했지만 가벼운 만남이라 하는 게 더 어울리겠다 ㅎㅎ


오해는 마시라. 나는 유교걸이라서 옷자락 스치는 정도의 스킨십 좋다. ㅋㅋ 남자가 아닌 사람으로 만다. 남녀노소 다 반갑다. 언니도 오빠도 동생도 다. 기차 안에서 만난 아저씨도, 숙소에서 만난 동갑내기도 좋다. 24살 여자에겐 누구든 친해질 수 있는 친근감이 있다. 내가 먼저 말을 걸든- 누가 말을 걸어주든- 여행 안에선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체코 프라하의 시계탑 앞에서 바글바글한 인파에 반나절의 우정이 뭐라고 "헤어지면 안 돼!! 이쪽이야~~" 수많은 인파사이에 수줍게 잡은 옷깃이 있다. 아름다운 유럽식 건물들 사이 이탈리아 로마의 명물인 쌀맛 아이스크림을 함께 맛있게 먹으며 돌길을 걷던 환한 웃음이 있다. 뜨거운 한낮의 스페인 시에스타 속에 게으름 피우며 한적한 의자에 앉아 늘어져 있기도 했다. 누군가의 첫 유럽 여행의 시작을 함께하며 그 뒤 1년간 틈틈이 받았던 해외 엽서와 편지도 있다.


손 지도를 가지고 다니며 두리번두리번 함께 길을 잃고, 그러다 더 좋은 맛집을 찾기도 한다. 등 뒤에는 유럽식 멋진 성당, 앞에는 찬란한 석양이 우릴 맞이한다. "멋진 구도로 찍어줘!" 예쁜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어본다. 아날로그의 마지막 세대는 아늑한 감성으로 남아있다.


유럽은 악사들이 가득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길거리에서 연주하는 악사의 음악 소리를 옆에서 같이 들었다. "너무 좋은데?" "무슨 느낌이 들어?"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 친구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왜 그 음악이 좋아졌는지 듣게 된다. 그래서 취미로 악기를 하고 있는 거구나. "너 멋지다!"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기에 더 삶의 진중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때로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이야기하기 편한 법이다.


출처 픽사베이. 이 순간에 스며드는 것은 우리의 시간들.
출처 픽사베이. 이런 셀프 사진들도 많이 찍었다.


여행 사진 속 모습들로 남아있는 많은 친구들은 20대 초중반의 추억을 함께 장식해 주었다. 어떤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기도 한다. 세상이 조금 더 험악해졌다지만 요즘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여행을 다니는 낭만이 남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모여 오늘의 나는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곤 한다. 나도 모르게 쌓인 포용력으로 사람들의 의견에 "음, 그럴 수 있지." 빠르게 인정하곤 한다. 선천적인 기질인지, 아님 많은 여행으로 인해 키워진 친화력인지 모르겠다.


학창 시절에 자리에 앉아 조용히 공부에 집중하던 아이. 환경으로 인한 변화일까. 넓은 사회를 접할수록 MBTI의 E(외향형)가 되어가는 것 같다. 뭐, 나는 일대일로 만날 때 사람에게 기가 빨리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긴 하다. (단체 생활에서는 조용히 스며든다. 그래서 나는 내향형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기질을 요새 어디다 써먹고 있냐면, 소개팅  아니면 심심해서 나가는 여러 취미 모임. 20대의 여행에서 30대의 미팅 소개팅으로 장소만 바뀐 느낌이랄까. 자의 목적에 맞게 반갑게 만났다가 쿨하게 헤어지는 단순함이 비슷한 느낌이다.


여전히 밝게 사람을 맞이하고, 앞사람의 삶이 궁금해서, 가치관을 나누고 배우고 싶어서 몇 시간을 자리에 앉아 이야기하곤 한다. 뭐라더라, 나한테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나?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바뀌고, 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여행으로 다져진 경험은 내 성격을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 핸드폰에 여전히 저장되어 있는 10명의 여행 친구들, 그리고 사진 속에만 남아 이젠 이름도 가물가물해졌지만 즐거운 순간을 함께 해준 그 시절 하루 인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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